평소에도 영화를 선택해 관람하기전 관련 사전 지식(특히 그 누군가의 평점, 영화에 점수를 매길 자격을 가진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더 나아가 그 점수를 나군가에게 강요할 자격 역시 없다.)을 먼저 얻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지만 요즘은 정말 아무 관련 지식 없이 우연히 보게 되는 영화에 더욱 빠져드는 경험을 많이 한다. 영화 프로메테우스 역시 그랬다. 원래는 맨인블랙3를 보려고 들른 극장에서 프로메테우스 팜플랫을 집어들고 SF 영화라는 점, 리들리 스콧 감독이라는 점, 그리고 정말 인상적인 포스터가 멘인블랙3보다 우선 이 영화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맨인블랙3야 그 인지도 만큼이나 앞으로 볼 기회가 많겠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날 영화 선택에 역시 한 몫을 했다.


 리들리 스콧은 블레이드 런너, 에이리언 등 주옥 같은 SF 작품들을 창조한 감독이다. 그의 영화들은 무시무시한 상상력, 뛰어난 볼거리, 그리고 이에 절대 빠지지 않는 절묘한 철학적 성찰을 잘 어울리게 버무려 놓는 걸작들이 많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본 이 영화, 에이리언과 아무런 연관점도 알지 못하고 보았던 이 영화 프로메테우스, 역시다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처럼 SF 걸작 영화의 반열에 올려 놓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의 신들 이전에 존재했던 티탄족으로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 주고 그 댓가로 평생을 코카서스 산 바위에 쇠사슬로 묶에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는 형벌을 받은 존재이다. 이 영화에서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의 우주선이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을 영화의 배경이 되는 행성으로 인도한다. 무척이나 깊이있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에이리언과의 연결점을 알지 못하고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한 나로서는 처음에는 이 영화의 여러 장면들이 영화 에이리언의 노골적인 오마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리들리 스콧 정도의 감독이 고작 과거의 영광에나 집착을 하는 것인가?' 라는 불쾌한 실망감 역시 들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 수록 그러한 무지한 실망감은 온대간대 사라지고 영화에 깊이 빠져들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역시 리들리 스콧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충격적인 앤딩은 나에게 정말 강인한 인상을 남기고 말았다. 과연 리들리 스콧 감독은 SF 영화에 있어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장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들리 스콧이 이 영화를 통해 표현한 것은 평생을 그가 만든 작품들이 그러했듯 인간 존재에 관한 깊은 사색이다. SF라는 장르나, 인간이 창조한 존재, 그리고 인간을 창조한 존재라는 도구들은 이러한 깊이있는 철학적 고찰을 하기에 그에게는 너무도 훌륭한 연장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SF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감 독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SF를 선택하였다고나할까? 확실히 리들리 스콧의 SF 영화는 여타의 볼거리만을 위한 SF 영화와는 무척이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프로메테우스는 3부작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다음 편이 무척이나 기대가된다. 그리고 작지만 당차보이는 프로메테우스의 여주인공 쇼 박사가 에이리언의 영원한 여전사 리플리에 버금가는 존재감 있는 활약을 해 줄지도 흥미롭다. 참고로 엘리자베스 쇼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누미 라파스(Noomi Rapace)는 최근 영화 셜록홈즈2에서 집시 역으로 멋진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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