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나이 먹고 홍대 미대를 들어가 보고자 한 적이 있다. 주위사람들(내 의지를 조용히 믿고 의지해 준 사람도 있지만)은 쓸데 없이 큰 돈 쓰면서 이미 졸업한 대학을 왜 또 들어가려고 하느냐고 했다. 뭐 일단 해보고자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시도 해 보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나로서는 어쨌든 무리해 보이는 시도를 했고 쓴 맛을 잔뜩 보았다. 수능 성적도 꽤 좋았고 그림도 어느정도 그렸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뭐 지금 생각하면  도리어 나한테는 좋은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 대학 사회에서 또 한 번 절망감을 느끼기보다는 말이다. 예술을 배움에도 그런 절망감을 느꼈다면 나는 한국사회을 정말 증오했을지도 모른다.
 최근 어머니가 이 시절 그린 그림들을 모두 버리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이 세 장의 사진이라도 남아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로마의 황제 칼리귤라씨(대부분 카라카라라고 한다.) 흉상, 대체로 정신병자나 폭군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으며 로마 곳곳에 대형 목욕탕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원래 목욕 문화가 발전하면 망국의 조짐이라고들 하던데....... 지금 보니 항아리 주둥이가 무척 어색하다. 내가 색감이 별로 좋지못한데 이 당시 괴상한 성격과 화려한 색상을 싫어하던 성격이 독특한 색감을 나타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색 분위기다. 그런데 왜 내가 수채화를 그리면 이렇게 누런 갱지같은 느낌이 나는 것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전혀 의도한 바가 없는데......

 


 아리아스라는 발음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그렇게 부른다. 일반적으로 여러 한국 서적에서는 아리아드네(Aliadne)라고 표기하는데 이도 영문 표기법일 뿐 인 것 같다. 이 석고상은 그리스 신화 중 미노타우르스 이야기에 등장한다. 영웅 테세우스에게 반한 아리아드네는 아버지 미노스왕을 배신하고 뛰어난 기지로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를 해치우고 미궁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테세우스는 그녀를 버리고 떠나버리고 만다. 그래도 이런 사건들이 원인이 되어 술의 신으로 유명한 디오니소스의 아내가되었으니 도리어 잘 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보니 맥주병의 입체감이 정말 말그대로 병맛이다. 내가 그린 것 답지 않게 밝은 느낌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자신의 양아버지 시저를 살해한 배은망덕한 브루투스, 그러고 보니 첨단 무선 공유 방식인 블루투스(Bluetooth)와 한국식 발음이 비슷하다. 원래 누가 그린 그림을 모작하면서 시작된 그림이었지만 색감이라던지 , 여러모로 내맘대로가 되었다. 왠 석고에서 비취색상이 난다. 하하하!!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는 로마 인물이다. 자신에게 그렇게 잘 해 주던 양아버지를 암살했다. 그것도 여럿이서 한 명을 말이다. 이런 악행에 대의나 명분이 끼어들 틈이 있을까? 뭐 역사야 쓰는 사람, 해석하는 사람 나름이니 자세한 그들의 인간관계는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의외로 의붓아버지와 양아들 사이로 알려진 이들 사이에 모를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쨌든 아우구스투스인 옥타비아누스에게 된통 당하고 죄값은 치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 꽃은 단 한번도 마음에 들게 그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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