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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건 프리쳐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기관총을 든 선교사의 이야기





 어제 오랜만에 개봉 당일 영화를 관람해 보았다. 영화 제목은 머신건 프리쳐(Machine Gun Preacher), 정말 강렬한 제목과 포스터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액션 연기와 근육질에 남성미의 상징과도 같은 영화 '300'의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용 헐리우드 액션 영화가 아니다. 한 남자의 신념과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상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관한 영화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보다는 불쾌한 감정을 더 많이 끌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문해 보자. 그 불쾌한 감정의 근원은 무엇일까? 외면하거나 고개돌리지 말자. 불쾌하다고 애써 모른 척 하지 말자.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 단지, 영화를 보는 것도 말이다.



 이 영화는 샘 칠더스(Sam Childers, 1962~)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 때 바이커 갱이었고 갖은 악행을 저지르던 남자, 한 순간의 계기로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고 새 삶을 살게된 그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 수단 어린이들의 끔찍하고 비참한 현실, 잔인한 독재자에 의해,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무참히 희생되어가는 아이들을 돕기위해 살아가고 있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프리카는 비교적 평화로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쉽게 상상하기 힘든 지옥과도 같은 현실을 안고 있는 곳들이 많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수단 역시 끔찍한 내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반군 LRA(Lord's Resistance Army)는 수단의 어린이들을 납치해 자신들의 총알받이로 키우기 위해 학대하거나, 성적인 학대를 일삼고 노예를 팔아넘기는 등의 만행을 벌이고 있다. 1998년 선교활동을 위해 우연히 수단을 방문했던 그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AK 기관총을 손에 쥐게 된다. 그리고 현지민들로 부터 머신건 프리쳐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영화에서 샘 칠더스 역을 맡은 제라드 버틀러가 수단 소년과의 대화에서 내 뱉은 한 대사가 평생을 아프리카 수단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목숩을 걸고 있는 한 남자의 신념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어느 순간 너무 힘들어서 현실을 모른 척 외면해 버리는 거야.' 



 이 영화에서 제라드 버틀러는 샘 칠더스를 완벽히 연기해 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특유의 스코트랜드 억양을 완전히 지우고 몸무게를 불리고 바이크 갱의 삶을 추적하였으며 수단의 실상을 직접 체험했으며 목수일까지도 배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러한 제라드 버틀러의 연기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이커갱이이었던 전적을 가지고 있는 샘 칠더스를 연기하는 만큼 할리데이비슨 로고가 들어간 의류를 많이 입고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영화는 한 때 망나니 같은 삶을 살던 샘 칠더스가 어떻한 계기로 과거를 반성하고 종교에 몸담게 되었으며 결국 왜 다시 총을 쥐게 되는지 담담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내고 있다. 중간 중간 종교적인 색체가 강하게 나타나 같은 종교를 같지 않은 이들(특정 종교를 갖고있지 않는 나를 비롯해)이 불쾌하게 느껴질 부분도 있지만 이는 종교색이라기보다는 샘 칠더스의 신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수단 내전에 고통 밭는 어린이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기 위해 잔인한 장면이 몇몇 등장하니 주의를 하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꾸준한 선교활동을 지속하면서도 한 손에는 기관총을 놓지 못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는 샘 칠더스, 어쩌면 그가 믿는 종교적 신념과는 너무도 상반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역시 폭력의 힘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을 비난하는 이들도 이와 같은 논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옆에 서보지 못한 이가 그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그의 삶을 비난하는 이들도 그의 옆에 서 보기는 커녕 불편한 진실을 그저 모른척 외면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 영화의 가치는 샘 칠더스를 관객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것이 아닐것이다. 바로 영화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깊이있게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선교사 샘 칠더스는 아직도 수단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수단군과 함께 반군에 대항하고 있다. 특히 그가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반군이 소년병으로 쓰거나 성적 학대 대상으로 사용하기 위해 납치한 아이들을 구출하고 보호하는 것이라고 한다. 바로 이 삶이 샘 칠더스라는 남자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살아가고 있는 그 삶이다. 

 

 현재 수단의 반군 LRA의 리더 죠셉 코니는  40만명 이상의 학살을 자행했으며 4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의 삶을 빼앗았다. 수 십년간 수단의 평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수단의 지도자 존 가랑은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고 아직 수단 내전의 방향은 불투명하다. 머신건 프리처는 오늘도 이러한 수단 한 복판에서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나 역시 한 명의 남자로서 이 샘 칠더스의 삶에 분명히 존경할 만한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엔딩 크래딧에서는 샘 칠더스의 삶을 잚시 드려다 볼 수 있느 필름을 감상할 수 있다. 여유를 가지고 멋진 OST와 함께 앤딩 크래딧을 감상하며 영화의 여운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