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우연찮게 시간을 때우기 위해 극장에서 홀로 감상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레드라인(Readline),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 극장에서 상영된 것도 그렇고, 마침 우연찮게 극장 근처에서 시간을 떼워야 했던 것도 그렇고, 달리 볼 영화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그렇고, 런타임도 상영시간도 딱 드러맞았다는 것도 그렇고 사소한 우연들이 겹쳐서 정말 우연히 보게되었던 애니메이션이다. 



 사실 내 마음 속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는 지나간지 오래이다. 그리고 그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에 안주하는 모습이 보기 흉해 오랜 시간 접하지 않았던 콘텐츠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연찮게 보게된 이 레드라인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또 하나의 가능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만화(이제 부터 만화라는 국산 단어를 써보겠다. 사실 애니메이션이란 움직이는 영상 만화를 뜻하는 것이지만 딱히 알맞은 한국말은 없는 것 같다. 만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쓰기 편하다는 점!)의 일본판 원작 포스터의 문구 역시 한계를 넘어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역시 국산 포스터에는 우스꽝스런 문구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그 동안 무언가 깊이있는 것을 담아내겠다는 억지 매너리즘에 빠진 일본 만화식 개똥 철학도 없고 판에 박힌 일본식 작화에서도 벗어나 순수한 열정을 새롭고 개성있게 강렬한 작화에 담아낸 멋진 만화다. 자신의 목숨의 무게보다 더욱 무게있는 열정을 보여주는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약 1시간 30분의 런닝타임을 심심치 않게 해 준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 JP의 별명이다. 온갖 무기로 도배된 다른 레이서들과 달리 순수한 달리기에 대한 열정만을 추구하는 그의 별명은 '정말 친절한 남자JP'이다. 그를 보고 있으면 고등학생 시절 레이싱에 대한 큰 로망을 갖게 했던 F1레이스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고(故) 아일톤 세나(Ayrton Senna, 1960~1994)의 열정이 떠오른다. 나 역시도 더 늦기 전에 이런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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