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특히 유럽 역사사에서 로마의 이야기는 너무도 매력적이다. 고등학교 세계사 책에서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도 로마였으며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정말 깊이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만큼 로마의 이야기는 다양한 매체에서 다루어지는 인기 소재라고 할 수 있다. 

 
 TV 시리즈 로마(Rome)은 영국의 BBC, 미국의 HBO, 이탈리아의 RAI, 세 개의 걸출한 방속국이 손잡고 만든 대작 드라마이다. 총 22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드라마는 정말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역사속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인 로마를 다루고 있으며 역사(실제 정설화된 역사적 사실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와 픽션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보여준다. 당시 로마의 현실을 작은 소품 하나하나까지 너무도 리얼하게 표현해 몰입도가 상당히 높다. 역사속 유명한 인물들 뿐 아니라 로마를 살아가던 평범한 이들, 군인, 노예, 유태인들의 이야기까지 무척 다양하면서도 섬세한 등장인물들의 표현이 압권이다. 장점을 찾자면 끝도 없는 드라마이지만 리얼한 로마의 모습을 표현하다보니 잔인한 장면이나 수위가 꽤나 높은 선정적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여러모로 역사에 관심 깊은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이런 점에서 이는 불가능 할 것 같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역시 너무도 리얼하고 섬세하게, 또한 개성적으로 표현된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역사적 유명인들이 등장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 인물 두 명은 무명의 두 로마 군단병이라는 점도 무척 흥미롭다. 로마 픽션에서 이 두 인물이 역사적 사실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루시우스 보레누스 : 갈리아 지방을 정벌중인 시저의 군단 소속 평민 백부장이다. 귀족이 아닌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로마 체제를 무척 숭배한다. 강직하고 책임감이 강하지만 성격이 불같고 분노 이외에는 감정 표현에 서툴다. 10년 가까이의 갈리아 원정에서 돌아와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극 내내 큰 시련을 겪게 된다. 엄청난 무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풀로와 둘이라면 한개 군단이라도 두렵지 않을 정도!


  타이투스 풀로 :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이 바로 타이투스 풀로이다. 루시우스 보레누스 소속 보병대의 일원으로 자유분방하고 폭력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보레누스와는 처음부터 악연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서로의 관계가 단순한 군인으로서의 유대관계 이상으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유쾌한 성격이지만 엄청나게 강인하며 로마 군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무척 강하다. 


  줄리어스 시저 : 내가 본 영화속 시저 중 최고의 시저!특유의 거만함, 카리스마, 명석함!무엇하나 실제 시저에 떨어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시저의 갈리아 원정막바지에서 시저가 암살된 후 젊은 옥타비아누스가 정권을 잡기 까지 기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가이우스 옥타비아누스 : 로마의 제일 시민이 존엄자 아우구스투스이자 허울뿐인 공화정 로마를 로마 제국으로 바꾸어 놓은 로마제국 초대 황제다.
 로마의 평화를 이끈 장본인다. 이 드라마에서는 유년기와 청년기 옥타비아누스를 연기하는 인물이 다른데 유년기 연기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어릴적은 단순한 명석함과 나약함이 잘 어울어져 있었다면 청년기에는 강인함과 냉철함이 보태어진다. 


  아티아 : 옥타비아누스의 어머지이자 시저의 조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치 않는 잔혹함을 보이면서도 여인으로서의 나약함도 함께 가지고 있는 실로 묘한 인물이다. 로마의 역사는 남자들만이 만든게 아닌 여성들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했을것이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로마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심 인물이다. 브루투스의 어머니이자 시저의 정부, 세빌리아와의 암투가 볼 만 하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 시저의 오른팔에서 옥타비아누스와의 삼두 정치, 이집트 클레오파트라의 연인, 역사속 이야기만큼이나 드라마 속에서도 다이마닉한 삶을 보여준다. 군인 출신 정치가인만큼 군인으로서의 뛰어난 자질 오만함과 난폭함과 자유 분방함이 특징이다. 역시 어떻한 작품 속 안토니우스 이상의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클레오파트라 : 이집트의 왕족 클레오파트라! 이야기 후반부 부터 등장해 이야기 마지막까지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준다. 전대미문의 클레오파트라라고나 할까? 이야기 중간 타이투스 풀로, 루시우스 보레누스와의 만남에 관한 에피소드는 정말 실소를 자아내는 재미를 선사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시저의 연인에서 안토니우스의 연인으로,




 마르쿠스 브루투스 : 시저의 정부 세빌리아의 아들이자 시저의 양자같은 존재였지만 여러 원로와 작당하고 원로원 회의장에서 여럿이서 시저 한명을 난도질해 암살한다. 역사적으로 이 당시 원로원들과 브루투스가 시저를 암살하며 너무도 허둥대서 서로를 상처입히고 브루투스 자신도 상처를 입었다고 하는데 이 장면이 무척 잘 표현되어 있다. 배덕과 암살로 얼룩져 있지만 극중에서는 단지 나약하고 고뇌하는 인물로 표현되었다.


 이 밖에도 아티아의 사주를 받아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맏하 하는 유태인이라던지, 보레누스의 가족들의 이야기라던지, 폴로와 노예간의 슬픈 로맨스 이야기러던지, 많은 인물 하나하나가 다른 어떤 주역들과도 비교해 빠지지 않는 현실감 있는 개성과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런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함에도 전혀 이야기가 난잡해 지지 않는 점은 정말 이 드라마의 큰 장점이다. 자신이 역사 이야기기와 잘 만들어진 영화를 좋아하는 성인이라면 이 드라마 꼭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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