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지도 2달여(?)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머리속에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는 영화 오블리비언(Oblivion), 오랜만에 정말 SF다운 SF영화를 본 느낌이다. 배우 톰 크루즈의 작품 선택의 안목은 실로 놀랍기만 하다. 먼 미래 2070년 폐허가 되어버린 지구가 이 영화의 배경이다. 기억을 제거당한 두 남녀만이 지구에 남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 나간다. 하지만 주인 잭 하퍼는 제거당한 기억의 단편 속에서 현재의 자신에 조금씩 의문을 느낀다.
영화의 제목 오블리비언(Oblivion)의 뜻은 바로 '망각'이다. 제목 만큼이나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의 기억은 중요한 주제로서 존재한다. 제거당한 기억의 작은 조각들이 영화 오블리비언의 SF영화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이 기억의 단편들이 만들어낸 영화의 결말을 보며 큰 충격을 받게된다.
영화 오블리비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척 신비롭다. SF적 최첨단 구조물이 폐허가 된 지구의 풍경과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조화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기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배경음악은 과거 SF 영화의 부흥기를 회상하는 듯 복고적인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영화 전반에 걸쳐 미래와 과거가 뒤 섞이는 느낌은 영화 주제와도 맞물려 정말 신비로운 느낌 만들어낸다.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하나하나 놀라울 따름이다. 톰 크루즈나 모건 프리만등의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는 둘째 치고라도 두 명의 여성 주인공들의 연기도 실로 인상깊다. 빅토리아를 연기한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순간 순간 섬세한 표정 연기는 영화의 전개를 더욱 몰입도 높게 만들어준다. 센츄리온, 007 퀀텀 오블 솔러스, 히트맨 등의 영화에서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올가 쿠릴렌코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나에게 큰 인상을 심어 주었다.
나는 SF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 보여주는 창작물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난 꽤 오랜 시간 SF 영화라는 장르에서 정체된 느낌을 받곤 했다. SF 영화의 소재로 사용할 상상력이 바닦을 보인 것은 아닐까란 걱정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오블리비언은 나의 걱정을 한 방에 소멸시켜주었다. 복고적인 SF와 헐리웃 최첨단 기술이 만나 인간의 상상력을 소재로 또 하나의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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