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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잡다한생각

오토매틱과 수동 사이의 무언가!



 이미 (특히 한국에서) 수동 미션 사양의 자동차는 멸종되다시피 했다.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겠지만 유행이나 대중문화에 취약한 한국의 특성상 멸종의 속도는 훨씬 빨랐다. 나 역시 1종 보통 면허를 딸 당시 운전해본 수동 트럭 이외에는 최근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오토미션 자동차 운전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그나마 항상 수동 미션의 이륜자동차를 운행해왔기에 자동 미션의 동작 원리나 조작 방식은 항상 몸에 익어있었지만 말이다. 


 현재 내가 타고다니는 차량은 코란도 TX-7으로 5단의 수동 미션을 가지고 있다. 우연찮게 중고로 구입하게 된 이 차량은 맨 처음 구입 당시 서울 발산동 근처에서 용인의 작업실까지 운전해 오면서 큰 곤욕을 치루었다. 이유인 즉, 면허 딸 당시 이외에는 수동 차량을 운전해 본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RPM이나 속도계를 통해 변속구간을 인식하는 능력은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일단 왼발로 미세하게 조작해야 하는 클러치 레버가 큰 문제였던 것이다. 때문에 초반에는 도로 위에서 시동도 몇 번이나 꺼먹곤했다. 하지만 용인 작업실에 거의 다다랐을 때는 이미 수동 차량 운전에 무척이나 익숙해져 있었다. 일종의 연습을 위해 용인까지 가져다준다는 것도 만류하고 직접 운전을 고집했던 것이다. 그리고도 얼마간은 경사면에서 차량 조작에 무척 힘겨워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충분히 익숙해졌다. 모든 것이 익숙해지니 수동차 운전은 즐거움 그 차제였다.




 사실 오토 미션의 자동차는 별 연습 없이도 누구나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물론 도로 교통이나 차량 크기, 엔진, 브레이크, 엑셀 등이 익숙해져야 겠지만 수동 차량의 그것에는 비할 바가 없다. 그만큼 면허따기도 쉬운데(최근에는 더 쉬워졌다고....) 이처럼 쉽게 딴 면허가 만들어낸 상대적으로 작은 책임감이 항상 교통사고 사망률 상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난 수동 차량을 무척 좋아한다. 운전하는 재미도 있고 운전에 더욱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운전 중 주의가 산만해 지는 일도 드물다. 꽉 막힌 도로에서도 나의 변속 기술을 연마해 가며 조금은 지루함과 답답함을 달랠 수 있다. 오토 미션의 자동차는 변속과 클러치 조작을 모두 기계가 알아서 해 준다. 하지만 운전이라 함은 브레이크, 악셀, 핸들 조작 보다는 이 클러치 조작과 변속에서 개인마다 실력차에 따른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상황에 맞게 클러치를 조작하고 각 속도 영역이나, 도로 상태, 경사면 정도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반영해 변속을 하다보면 운전 실력이 조금씩 늘어가는 성취감을 느껴볼 수도 있다. 이런 재미를 모르면서 오토미션 운전자가 자신은 운전을 좋아한다는 말을 할 때면 늘 이해가 되지 않고는 한다. 아마도 차로 인해 생기는 부수적인 이익들을 좋아한다는 말 표현을 조금 잘못한 것이겠거니 하고는 마는 것이다. 



 오토 미션은 편리를 위해 등장한 문명의 이기이다. 편리란 것은 여유를 줄 수 있겠지만 그 여유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인간의 몫이다. 이 여유가 행복이 될지 또는 무의미한 여유가 될지는 인간의 노력 여하에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오토미션이 주는 여유를 행복하게 활용하는 사람들은 무척 드물다. 그 여유를 따분함으로 승화시켜 난폭 운전을 일삼거나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고 졸음운전등을 하기도 한다. 오토미션이 줄 수 있는 여유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라면 한적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운전하며 경치를 감삼할 수도 있을 것이고 좀 더 운전시 주위 파악에 힘써서 얘기치 못한 사고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토매틱 차가 태반인 한국에서 이런 여유를 재대로 즐기는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저분한 운전습관이 판치고 교통사고가 빈번한 국내 자동차 교통 실정만 보아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사실이다. 문명의 이기는 인간에게 여유를 준다. 하지만 이 여유를 현명하게 이용하지 못한다면 이 여유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것이다. 차라리 이런 여유보다는 운전의 즐거움을 선택해 보는 것도 좋다고 본다. 


 "인간은 유사 이래로 끊임없이 '편리한 것'을 추구해 왔다. '편리한 것'이란 인간이 하던 일을 기계나 장비가 대신해 줌으로서 인간의 손을 덜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 문명의 진화는 눈부시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동화되어 있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100원짜리 커피 한 잔 뽑아 먹는 것도 기계가 해주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문명의 진화가 그 대가로 인간의 퇴화를 요구한다면 정신 차려야 한다. 단추 하나로 시동을 거는 데에 익숙해진 요즘 라이더가 킥 스타트로 엔진을 못 거는 이유는 다리 근육이 퇴화되었기 때문이라던가, 오토매틱 미션 덕분에 생긴 정신적, 육체적 여유를 운전 중의 DMB 시청으로 사용하는 드라이버의 정신 상태야말로 퇴화의 증거라든가 따위의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나는 오토매틱의 효능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그 대가로 바보가 되는 것은 질색이다."


 위는 2007년 7월호 모터바이크 잡지 기사중 이순수 기자가 쓴 '오토매틱에 관한 考現學'이라는 기사 내용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장농 면허를 가졌던 아내에거 수동 자동차로 연수를 해 주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이용해 오토매틱에 관한 생각을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는 글로 공감대가 가는 이야기가 참 많아서 인상이 깊었다. 문명의 이기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용자가 충분히 현명하지 않다면 실로 큰 댓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충분히 현명하지 못하다면 그 댓가와 이익을 충분히 저울질 해 보는 것도 현명해 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