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륜자동차를 막 타기 시작한 20대 초반 시절 나에게 일본 스즈키(Suzuki)의 이륜자동차 모델들은 큰 매력을 주지 못했었다. 단순히 이륜자동차의 외형과 직접적으로 쉽게 느낄 수 있는 특징으로만으로 이륜자동차를 판단하던 시절이었다.


 일본의 이륜자동차를 대표하는 4대 브랜드는 혼다(Honda), 스즈키(Suzuki), 카와사키(Kawasaki), 야마하(Yamaha)이다. 이륜자동차를 접한 초기에는 가장 선호하던 일본 브랜드는 혼다였다. 일본 이륜자동차를 대표하는 브랜드임에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브랜드이다. 또한 다른 회사들과는 다르게 자동차와 이륜자동차, 내연기관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가장 숙성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도 할 수 있다. 때문인지 혼다의 엔진은 그 뛰어난 내구성은 물론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된 엔진 필링은 독보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결과로 이륜자동차 초보들이 쉽게 그 매력을 느끼고 선호하게 되는 브랜드이다. 물론 혼다를 사랑하는 고단자들도 많지만 말이다. 

 


 나 역시 이런 특성 때문에 혼다를 선호했다. 혼다 이륜자동차를 많이 타고다니다 처음 스즈키의 이륜자동차를 탔을 때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거친 엔진 느낌이 혼다의 부드럽고 세련된 엔진 느낌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번 스즈키의 이륜자동차를 경험하는 동안 점점 스즈키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고 결국 스즈키 이륜자동차를 소유하게 된다. 부드러움에 익숙해져 거칠게만 느껴지던 스즈키의 이륜자동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도리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남성적인 힘과 이륜자동차를 타는 동안 절대 심심하지 않게 해 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스즈키의 가장 큰 매력은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남성의 이륜자동차를 앞에 내걸고 있는 브랜드는 카와사키이지만 가장 강한 남성미를 가지고 있는 일본 브랜드는 스즈키라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서 이륜자동차의 형태중 내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네이키드(naked, 벌거벗었다는 뜻, 동체를 가리게되는 카울이 극소화된 이륜자동차 스타일이다.) 스타일이다. 드러나있는 엔진의 윤곽 스포츠성과 장거리 운행력을 두루 갖춘 포지션, 그리고 멋진 남성미가 잘 조화된 형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왠일인지 네이키드 이륜자동차를 소유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현재 소유한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XL883R 로드스터 역시 구지 따지자면 네이키드 스타일긴 하지만 이전에 소유했던 모든 이륜자동차는 성능에 중점을 둔 슈퍼스포츠 스타일 뿐이었다. 내가 소유했던 스즈키 이륜자동차들 역시 모두 슈퍼스포츠 스타일이었다. 



 물론 슈퍼스포츠 장르를 좋아했던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젊은 남자의 혈기가 무언의 암력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더 빠르고 더 잘 눕고 싶은 마음, 지기 싫은 마음이 이런 아이러니를 만들어낸 것 같다. 어쨌든 예나 지금이나 가장 선호하는 이륜자동차의 형태는 네이키드인데도 소유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일본산 이륜자동차와 작별을 고한 지금도 일본산 이륜자동차에 대한 소유욕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실 이륜자동차의 장르를 몇몇으로 쉽게 구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네이키드, 슈퍼스포츠 같은 장르 구분에 연연하는 것은 일본인이나 한국인의 특성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일본 이륜자동차의 장르 구분은 대체로 명확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이륜자동차의 장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장단점이 존재한다. 구분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좀 더 자유로운 발상으로 새로운 창조가 가능할 것이고, 명확한 구분하에 탄생한 것은 그 구분에 부합되는 숙성된 완성품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본산 네이키드 이륜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이륜자동차 형태에서도 가장 전통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네이키드 이륜자동차, 그 중에서도 일본제는 이미 10여년전에 숙성이 완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위 이미지에 나와있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중반 까지의 일본 4대 브랜드 빅 네이키드 이륜자동차들이 바로 일본 네이키드 이륜자동차 숙성의 정점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동안 전통적인 방법으로 쌓아온 엔진 기술의 숙성과 가장 전통적인 이륜자동차 형태인 네이키드가 조화를 이룬 최후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이 녀석들의 단종(혼다는 아직 진행형?)과 함께 현제 일본 4사의 네이키드는 전통성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다. 가끔 복고풍을 표방한 모델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리 큰 빛을 보고있지는 않다. 일본 이륜자동차 역시 과거의 영광의 빛이 사라진지도 오래인 것이 사실이다. 



 오늘은 주인공인 스즈키 GSX 1400은 2001년에서 2007년까지 생산된 빅 네이키드이다. 1400CC의 엔진은 당신 4사의 빅 네이키드 중 가장 큰 배기량을 가지고 있었으며 강력한 직렬4기통의 DOHC 엔진은 일본의 일반적인 슈퍼스포츠들에 비해 저속의 강력한 토크 위주로 세팅되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포지션과 6단 리턴의 기어는 장거리 운행에도 안성맞춤이다. 스즈키 특유의 남성적인 이륜자동차 특성을 잘 살린 모델로 스즈키의 정통성이 집대성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스즈키 전통의 네이키드 밴디트나 카타나의 전통성을 잘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더욱 숙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모델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이 된 적이 없어 실제로 내가 경험해볼 기회는 없었다. 당시 슈퍼스포츠에 국한된 한국의 이륜자동차 시장에 기인한 안타까운 결과였다. 


  

 무언가 세련됨은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절대 질리지 않는 개성 강한 디자인, 남성적인 스즈키의 엔진이 절 어울어진  최후의 전통적 빅 네이키드 GSX-1400는 나의 드림 이륜자동차 중 하나였다. 일본제 이륜자동차의 성능이 조금씩 그리워지는 요즘, 어쩌면 세컨 이륜자동차로 한 대 장만해 보고싶은 욕구가 강하다. 물론 쓸만한 것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같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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