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처음 생산을 시작한 미국의 지포(Zippo) 라이터는 처음 생산 당시의 지포 라이터만의 개성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도 계속 생산중입니다. 2차 대전 당시에는 군대에도 납품되어 그 뛰어난 성능을 입증 받고 대중화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포 라이터의 가장 큰 매력은 성능이 아닌 그 감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지포 라이터에 세겨진 할리데이비슨(Haley-Davison)의 바앤 실드(Bar & Shield) 처럼 말입니다. 왠지 모르게 남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과 뚜껑을 열고 닫을 때는 미묘하게 쾌감을 자극하는 경쾌한 소리와 느낌 등이어찌보면 이토록 소박한 라이터가 80년 가까운 새월을 버틴 원동력이 아닐까요?
저 역시 이 지포 라이터를 무척 좋아합니다. 담배를 끊은지도 상당히 오래되었음에도 항상 이 지포 라이터를 소지하고 다닙니다. 딱히 담배를 피지 않더라도 실생활에서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없으면 정말 아쉬울 순간이 생각보다 자주 있다고나 할까요? 때론 심심할 때 아무 생각없이 한 손으로 뚜껑을 여닫으며 경쾌한 소리와 독특한 손맛을 즐기곤 합니다.(변태 아님)
가끔 기름을 넣어 주어야 한다는 약간의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정말 남자들에게는 최고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라이터 이기도 합니다. 왠만한 바람에도 잘 꺼지지 않는 성능과 단순 하면서도 매력적인 금속 소재의 디자인 역시 무시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글의 주인공은 이 매력적인 라이터 지포가 아니라 이 지포의 생명수라고도 할 수 있는 지포 라이터 기름입니다. 경질류 증류액이라는 생소한 원료를 사용하는 지포 라이터 기름은 지포 라이터 전용 발화용 기름입니다. 이 기름이 없다면 지포 라이터도 무용지물일 뿐이며 가끔 채워 넣어야 필요할 때 지포 라이터에 불이 붙지 않는 불행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Made in China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아직도 Made in USA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합니다. 그러고보니 여러모로 미 대륙 이륜 자동차 할리데이비슨과 비슷한 점이 많군요.
그런데 여러분 알고 계신가요? 이 지포 기름 인체에 생각 외로 해롭습니다. 상당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약 10년 넘게 지포 라이터를 접해 보았지만 얼마전까지는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문제였던 터라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위 이미지 처럼 XN 해로움이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최근에나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설이 길었지만 오늘의 주제는 바로 이 이야기 입니다.
여느때 처럼 지포 라이터를 가지고 외출을 했습니다. 집을 나서고 한참을 운전중에 왼쪽 허벅지 위쪽에 따가움에 가까운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은근한 통증이 지속되자 바지 어느 부분에 쓸려서 상처가 났나보다고 생각하고 계속 운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통증이 사라지기는 커녕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정말 참지 못할 정도가 되어 차를 세우고 근처 화장실에 들어가 해당 부위를 확인해 보자 위 사진과 같이 약 지름 3Cm 정도의 붉은 반점이 생겨있는 것이었습니다. 통증이 상당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일단 해당 부위를 물로 씼어 보았습니다. 부위가 부위인 만큼 물로 씼어내다보니 젖은 부위가 점점 우스워지긴 하더군요. 어쨌든 찬 물로 닦아내고 나자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은 조금씩 가라 앉았습니다. 어쨌든 쓸려서 생긴 찰과상은 아니었습니다. 최근 일본 방사능 물질이 국내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데 재수 없게 방사능 물질이 해당 부위에 묻어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더 생각을 해 보니 지포 라이터가 들어있는 주머니와 바로 닿는 부위라는 점을 생각해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외출시 항상 이포 라이터를 바지 왼쪽 주머니에 넣는 습관이 있는데 이 지포 라이터가 있는 위치와 딱 맞아들어가더군요.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외출전 지포 라이터 기름을 보충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넘쳐 흐를 정도로......
이 지포라이터 기름이 주머니에서 흘러내려 스며들면서 피부에 묻은 것이라는 유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화끈 거리면서 쓰라리는 상당한 통증과 넓은 붉은 반점을 피부에 만들어 놓은 점을 보면 이 기름이 피부에 상당히 좋지 못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당일 집으로 들어온 후 문제의 지포 라이터 기름을 들고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기름의 유해성이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위 이미지 처럼 '피부에 접촉시 물로 충분히 씻어 주십시오.'라는 문구도 볼 수 있습니다. 빨리 해당 부위를 찬 물로 닦아낸 저의 판단이 올았다는 대목이 되겠습니다.
몇 주가 흘렀음에도 해당 부위에 아직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맹독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나 피부가 약한 부분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이 사건에서 제가 얻은 교훈은 어떤 물건이든 충분히 그 물건의 특성을 파악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매력 만점에 유용성까지 두루 갖춘 지포라이터 같은 물건이라도 그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도리어 큰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10년 넘게 사용해 본 물건의 특성을 이리도 파악 못했다니...... 다시는 지포 라이터를 생각 없이 바지 주머니에 넣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지포 기름이 묻은 부위가 좀 더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해당 부위와 중요 부위와는 고작 10Cm 정도의 거리였으니 말입니다. 기름이 묻은 자리가 중요 부위였다면 그 통증과 피해가 이정도로 끝나지는 않았겠죠?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지포 라이터 사용자 분들! 지포 기름, 상당한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의해서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무엇이든 입에 넣고 보는 아기들 근처에는 절대로 지포 기름을 놓지 말아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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