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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즐거운 일상

포켓볼을 즐기다!



 나는 정말 취미가 많은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인지 내가 심심함을 느끼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소위 당구라고 불리는 게임중 포켓볼이라는 장르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즐기는 취미 생활 중 하나이다. 머리가 그리 좋지 않을지라도 머리 쓰는 걸 좋아하는 나이기에 머리를 써가며 좀 더 정교한 게임 진행을 위해 다양한 연습이 필요한 이 승부게임을 무척 좋아한다. 

 


 소위 당구(Cue Sports, Billiard)라고 불리는 게임은 생각보다 상당히 다양한 장르를 내포하고 있다. 크게 캐롬(Carom billiard)와 포켓볼(Pocket Billiard, Pool, 엄밀히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포켓볼이라는 단어는 사실 한국에만 존자하는 콩글리쉬라고 할 수 있다.) 캐롬이란 한국에서 대체로 많이 즐겨지는 3구, 4구 경기를 뜻한다. 이 캐롬 경기가 포켓이 존재하지 않는 4각 테이블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이라면 포켓볼은 6개의 포켓이 존재하는 4각 테이블에서 즐기는 게임으로 공을 포켓인 시키는 것이 무척 중요하며 다음 공을 포켓인 시키기 위한 큐볼(Cue ball) 포지션 역시 심사숙고해야한다.



 나는 왠일인지 당구 게임 장르 중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즐겨지는 3구, 4구 등의 캐롬 게임보다 공을 포켓인 시키는 재미가 있는 포켓볼과 더 많은 인연을 가져왔다. 19살 당시 처음으로 즐겨본 당구 게임도 포켓볼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군대 가기 전까진 자주는 아니었지만 계속 포켓볼만을 즐겼던 것 같다. 캐롬을 배우게 된 것은 대학에 복학하면서 였으며 여전히 더욱 선호하는 게임 방식은 포켓볼이었다. 그 중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 방식은 1~9번 까지의 공을 순서대로 포켓인시켜 마지막 9번 공을 넣는자가 승자가 되는 9볼 경기다. 



 사실 좋아하는 만큼 포켓볼을 치면 대체로 승률이 높았다. 그리고 대부분은 캐롬 게임 방식에 익숙한 이들이 많아 포켓볼을 제대로 승부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처음으로 포켓볼 승부에 잔뜩 재미를 느꼈던 것이 중국에 유학 당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포켓볼을 쳐 보면서였다. 꽤 포켓볼을 많이 쳐 본 외국인 친구들과 승부를 해 보아도 승률이 꽤 높은 편이었다. 

 


 다시 한국에 살게 되면서 포켓볼 게임에 대한 욕구가 있었고 결국 동호회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처음 포켓볼 동호회의 문을 두드렸을 때의 충격은 지금 말로 표현하기도 쉽지가 않을 정도였다. 이 아마추어 포켓볼 동호인들의 실력은 그동안 나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이었는지 알게 해 주었다. 아마추어 포켓볼 선수들에게는 실력을 점수로 결정하는 등급이 존재한다. 높은 숫자일 수록 높은 실력을 가진 선수를 뜻하면 8~10점 정도의 실력은 거의 달인의 경지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내 점수는 4점! 물론 포켓볼을 깊이 즐기는 이들에겐 대단한 실력으로 보여질지 모르겠지만 포켓볼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꽤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포켓볼 실력이 많이 늘었으면 하는 바램은 있지만 잘 치고 못 치고를 떠나서 포켓볼이란 정말 재미있다. 섬세한 규(Cue, 당구 게임에 사용되는 나무 재질의 긴 막대)운동을 이용해 공을 쳐서 포켓인 시키는 단순하다면 단순한 게임이지만 그 안에는 생각보다 상당히 깊이 있는 면들이 많이 존재한다. 눈 앞의 공에만 집착해서는 안되면 다음 공을 포켓인 하기 위한 포지션을 고려하며 경기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 때론 다음 공에 대한 포지션이 힘들 경우는 과감하게 상대방의 기회를 어렵게 만들도록 디펜스 포지션을 고려해야할 때도 있다. 이러면서 일종에 심리전의 양상을 띄기도 한다. 충분히 머리를 써가며 즐겨야할 게임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게임의 룰을 바탕으로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중요한 게임이기도 하다. 때론 게임의 승패를 떠나 인격 형성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심리적 요인이 게임 진행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는 좋은 도구이기도 하다. 


 대체로 한국 사회에서 당구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좋지 않은 선입견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불량함아나 자욱한 담배 연기가 쉽게 연상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금만 선입견을 뒤로 한다면 이처럼 건전한 취미도 드물 것 같다. 많지는 않지만 흡연 부스를 따로 운영하며 기본적으로 금연인 당구장도 존재한다. 때론 이런 금연 당구장에서 가족 단위로 놀러와 좋은 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왠지 내가다 흐뭇해 지곤 한다. 좋은 방식으로 즐긴다면 당구, 그중 포켓볼 만큼 좋은 취미도 쉽게 찾기 힘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