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들과 작가의 상상력이 빛나는 픽션이 잘 조화된 이야기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있을 까요? 제가 생각하는 한 없는 거 같습니다. 흥미로운 역사의 일면에 상상력으로 창조된 존재들이 잘 녹아 들어가있는 모습은 항상 매력적으로 보는 이들을 끌어 당깁니다.
대학 가는데 필요한 도구로 밖에 취급받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난다면 역사란 너무도 매력적인 즐길 거리입니다.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속에 실제로 존재했을 법한 상상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재미있는 일본 만화를 3가지 소개해 볼까 합니다. 역사에 기발한 상상력을 덧붙이면 이리도 매력적인 이야기가 탄생합니다.
<빈란드 사가>
제목 : 빈란드 사가(Vinland Saga)
작가 : 나카모토 유키무라(Nakamoto Yukimura)
권수 : 현재 7권, 아직 연재중
첫 번째로 최근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빈란드 사가를 소개해 드립니다. 현재 바이킹이라 불리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아이슬란드, 덴마크 근방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만화책을 접했을 당시에는 몰랐었지만 그 뒤 다큐멘터리와 책에서 빈란드에 관한 내용을 접하고 더욱 빠져들게 된 만화입니다.
콜럼버스의 항해보다 5세기나 앞서 이미 바이킹이 유럽인으로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해 이주했다는 고고학적 증거인 지도가 캐나다 북쪽지방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가혹한 환경속에서 살았던 바이킹들의 전설에 등장하는 풍요로운 땅 빈란드란 이 지도가 발견된 지역을 말하는 것이라는 학설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이 만화는 이 학설과 빈란드의 전설을 배경삼아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 빈란드의 전설을 들으며 자란 바이킹 소년이 바로 이 만화의 주인공인 것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액션씬이 많이 가미된 만화이지만 세밀하고 리얼하게 그려낸 바이킹의 문화, 의복, 무기 선박등이 역사적 자료를 많이 연구하여 그린듯, 이야기의 현실감을 극대화 시켜주는 묘미도 있습니다. 제가 최근 '유럽의 정복자 켈트족'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인데 이책에 등장하는 바이킹들의 문화에 무척 근접해 있습니다. 게다가 사실적이고 매력적인 등장 인물들이 이야기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 줍니다.
이 만화의 작가 나카모토 유키무라는 우주 쓰레기에 관련한 이야기를 SF로 재미있게 표현한 플라네테스라는 만화를 그렸던 사람으로 뛰어난 이야기꾼에다가 그림실력도 상당한 편입니다. 플라네테스 상당히 재미있게 봤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기 일본 만화 작가들에 비해 작업 속도가 무척 느려서 마지막 7권 이후로 한 참 소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소개할 3작품 모두 일본 작가 치고 무척 느린 연재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와 픽션을 잘 조화시키려면 아무래도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덕분에 느긋하게 기쁜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스타스>
작가 : 시즈야 와자라이(Shizuya Wazarai)
권수 : 현재 15권, 아직 연재중
두 번째 작품은 권투 암흑전 세스타스입니다. 어린 네로 황제가 막 등극한 로마시대를 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이 시대에서 많이 사용되는 소재인 검투사가 아닌 권노 즉, 권투사 입니다. 말그대로 로마시민들의 유흥을 위해 목숨을 걸고 주먹으로 싸우는 노예입니다. 한마디로 로마시대의 권투선수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현대의 권투선수들과는 판이하게 틀린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신분적으론 인권이란 전무한 노예로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목숨을 걸고 싸울 수 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유일한 희망이란 계속 살아남아 자유민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현대 권투가 가지고 있는 체급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현대의 권투가 체급을 나누는 이유는 체격 차이가 권투라는 싸움에서는 상당히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맷집이나 주먹의 파괴력은 몸집과 골격 크기와 비례하니까요. 하지만 이 로마 시대의 권노가 하는 것은 스포츠가 아닌 목숨을 건 싸움입니다. 자기에 비해 배 이상의 체격을 가진 상대라도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항상 몸집과 골격이 작다는 커다란 짐을 등에 지고, 지면 곧 죽음인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자 주인공 권노의 이름인 세스타스란 로마시대 권노들이 사용하던 일종의 권투 글러브로 위의 1권 표지를 보시면 모양을 대충 모양을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가죽제질의 끈을 주먹에서 팔목위까지 두르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세스타스입니다. 충격적인것은 이 세스타스에는 상대방을 가격할때 쉽게 큰 출혈을 일으키도록 금속의 징이 다수 박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목숨을 건 권노의 박진감 넘치는 싸움과 역사적 상상력이 절묘하게 어울어져 상당한 재미를 제공합니다. 잔인하고 냉혹한 어머니 밑에서 불행하게 자란 로마의 어린 황제 네로, 연약한 체격의 로마사대 권노로써 사지를 것는 세스타스와 주변인물들이 역사와 픽션을 오르네리며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서 눈을 뗄수 없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역사에 대한 상당한 연구를 거쳐 이 작품을 그린 것이라는 증거가 작품 곳곳에서 들어납니다. 화려하면서도 반 인륜적인 문화에 찌들어 있는 각개각층의 로마인들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가 복싱이라는 스포츠와 로마 역사를 너무도 좋아하는 터라 남들보다 두 배는 재미잇게 본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 약 10여년 정도가 된 것 같지만 아직 15권만이 완성되었고, 다음 권이 언제 나온다는 기약도 없지만 역시 다음권을 즐겁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히스토리에>
작가 : 히토시 이와하키(Hitoshi Iwaaki)
권수 : 현재 5권, 아직 연재중
엄청나게 재미있는 '기생수'의 작가가 현재 연재중인 작품입니다. 앞의 두 작품 이상으로 역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만화로 미케도니아의 알렉산더대왕이 아직 왕자일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철기를 전파한 것으로 유명한 이란 근방에서 활동했던 유목민족 스키타이의 후예인 총명한 주인공이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이자 미케도니아의 명군인 필리포스 2세에게 등용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리스 시대의 유명한 학자들이나 역사적 인물들이 자연스레 많이 등장시켜 작가의 상상력을 맘 껏 발휘한 작품입니다. 세 작품중 기본 적인 그림 실력은 가장 떨어져 보이지만 그렇다고 위의 두 작품에 비해 그림적 표현력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군더더기 없는 그림이라고 해야하나요? 아무튼 저의 느낌으론 절대 이야기 전개에 필요없는 선은 긋지 않는다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그 시대의 문화를 잘 표현만큼의 묘사는 꼭 잊지않고 해 준답니다. 아마도 상당히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되네요.ㅋㅋ 역사적 고증을 무척 중시하면서도 간혹 작가의 상상력에 모든 것을 내 던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알기론 아직 역사적으로 이 시대엔 기병이 활성화되게 되는 커다란 계기랄 수 있는 말의 등자가 사용되지 않던 시기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주인공이 등자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이고 더 쓸 것이 많지만 이만 줄여야 하겠습니다. 간단히 소개만 하려던 것이 이미 또 이렇게 길어졌군요. 아무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와 일본 만화 작가들의 상상력을 모두 좋아하신다면 위의 세 작품, 정말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