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라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인간의 감정중 하나이다. '기대'라는 감정은 얼핏 보기에 전혀 상반된 인간의 또다른 감정인 '실망'과 무척 친한 사이다. 하지만 이 '기대'의 부재가 가져오는 결과도 무척 흥미롭다. 어쩌면 '기대'라는 일종의 사전 준비를 동반하지 않았을 때에만 '우와! 기대이상이다!!'라는 감탄사를 입에 담을 수 있느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이언맨 2(Ironman 2)'가 기대라는 감정을 잔뜩 준비하고 본 영화라면 '킥애스(Kick-Ass)'는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우연히 발에 차여 마주하게 된 영화다. 그렇다면 이 두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어떻게 달랐을까?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오랜시간을 기대감을 가지고 두근두근 기다려왔던 아이언맨 2는 '재미는 있는데 기대보다는 훨씬 못하네. 내가 기대하며 두근두근하는데 소비한 에너지 만큼 보상해줘!!!'라는 말을 내뱉게 했다. 1편이 줬던 자극에도 훨씬 모자랐다.

 반면, 기대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다가 갑자기 내 앞에 툭 튀어 나와서 보게된 킥애스는 '이거 뭐야!!! 이거!! 짜증날 정도로 재밌잖아!!'였다. 이것이 '기대'라는 감정이 만든 장난인지 정말 이 두 작품에 이렇게 어느정도 상반된 반응을 보일 정도의 가치 차이가 있는 지는 곰곰히 생각해 봐도 답을 내지는 못하겠다. 단순히 취향의 차이일수 있지만, 어쨌든 이틀 연속으로 본 두 영화의 개인적 평가에서 나는 아무주저 없이 킥애스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사실 이 두 영화는 인지도에서나 제작비 측면에서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원작인 만화의 역사도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아이언맨에 비하여 킥애스는 비교적 최신작이다. 그리고 아이언맨은 이미 1편에서 턱이 다물어 지지 않을 정도의 성공을 기록했다. 2편은 1편의 두 배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니 대충 계산해 보아도 3억 5천 달러가량의 자본이 투자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킥애스는 그의 10분의 1이 채 않되는 3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그리고 이 두 영화의 주인공을 비교해 보자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군수산업으로 억만장자의 반열에 든 인물로 돈의 힘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손에 넣을 수 있고 여자를 희롱하는 취미를 가진 대다수ㄱ 남자들이 부러워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코스튬은 있는데로 돈이 발린 최첨단 럭셔리 장비로 도배되어 음속으로 하늘을 날라다니고 몇 톤의 무게를 쉽게 들어 올리며, 왠만한 총이나 미사일에도 꿈쩍않는 내구성에다 미사일, 레이저등 고성능 무기로 도배되어있다.

 그렇다면 킥애스의 주인공들은 어떨까? 옆의 사진을 한 번 보자. 이 영화의 매력을 200% 끌어올려준 전대미문 우리의 꼬맹이 슈퍼 히로인 킥애스의 힛걸(Hit-Girl)의 코스튬이다. 그녀의 가면을 자세히 보자. 뭔가 이상하다. 그렇다. 삐뚤어졌다. 영화내내 이 허접한 가면을 삐뚤게 쓰고 잔인하게 악당들을 학살하는 것이 바로 힛걸이다. 고작 열 두살이다. 한 술 더떠서 우리의 주인공 킥애스를 보자. 그의 코스튬, 녹색 쫄쫄이는........통신판매로 구입했다.

 게다가 자주 동네 깡패들에게 돈 뜯기고(전문 용어로 삥 뜯긴다고 한다.) 여자친구 한 번 사귀어보지 못한데다 잘하는 것 하나 없고 게이 취급까지 받는 찌질이다. 뭐 두 주인공이 상대가 안되는 것은 구지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내가 단순한 괴짜라 아이언맨 2보다 킥애스에 더 깊은 감명을 받은 것있까? 아마 그럴수도 있겠지만 나는 충분히 설득력있는 몇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이번 아이언맨 2는 초 거대 제작비가 투입되면서 엄청난 스케일에 무시무시한 화려함이 믹스된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마침표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언맨이라는 등장인물이 무색해 질 정도의 화려함은 구지 아이언맨이라는 소재를 선택하지 않았을 지라도 충분히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헐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가 가진 단점을 아주 강력하게 들어낸다. 관객에게 생각할 잠깜의 여유조차도 주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화려함에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드라마나 인간의 고뇌도 지워지고 만다.

 하지만 킥애스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와는 거리가 너무도 멀다. 계속해서 시원하게 뇌를 자극하게 만든다. 또한 머리를 아프게도 만든다. 즉, 자꾸 관객으로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첫 째로 이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의문은 '진정한 히어로가 무엇인가?'이다. 시실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었다면 돈의 힘으로 정의의 히어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킥애스의 주인공 데이브는 그렇지 않다. 그가 히어로가 될 수 있었던 밑천은 히어로와 정의에 대한 동경뿐이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찌질이 고삐리 소년에게는 단 하나 동경이 만들어낸 신념이라는 힘으로 자신을 슈퍼 히어로로 만들어 낸 것이다.


 위의 사진은 이영화가 던져주는 메세지가 가장 강하게 나타난 장면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단지 통신판매로 구입한 쫄쫄이를 입었을 뿐 아무런 힘도 없는 킥애스는 3명에게 죽도록 구타 당하는 한 이름모를 남자를 위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히어로 로서의 행동은 건장한 3명의 갱의 주먹질과 발길질을 견디며 쓰러진 남자를 몸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엉뚱한 영웅의 행동에 미친놈이라고 욕하는 갱을 향해 '한 명이 3명한테 죽도록 얻어맞고 있는데도 구경만 하는 저 사람들보다 내가 미친거냐?'고 울부짓는다. 과연 강력한 화력으로 도시 한 복판을 쑥대밭을 만들며 민폐나 끼치는 아이언맨과 이 멍청한 소년의 행동중 누가 더 히어로다울까? 
 
 우리들 중 다수는 이런 변명아닌 변명을 한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불쌍한 사람들 많이 도와 줘야지.' 반면, 어떤 사람들은 몇 푼 못버는 하루 생활비를 쪼개어 누가 봐도 티 하나 안 될 돈을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주저없이 내 놓는다. 아니면 돈아 아니라 직접 재배한 파나 무우, 또는 입던 옷이 될 수도 있다. 준비된 다음에 큰 돈으로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겠지만, 또는 누가봐도 큰 돈이라도 자기에겐 새발의 피정도 기부할 수도 있겠지만  보잘것 없이 작은 소유물이라도 진심을 담아 기부하는 사람들, 누가 더 진심어린 정의의 측은지심을 가진 사람일까?
 킥애스를 아이언맨 2 이상으로 만들어 준 것은 킥애스의 또 다른 주인공인 힛걸이다. 꼬맹이 주제에 엄청난 연기력을 발휘한 힛걸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또다른 메세지인 냉혹한 현실을 표현하는데 없어선 안될 케릭터였다. 단순히 잔인하고 냉혹한 판타지뿐이 아닌 절대 만만치 않을 현실을 힛걸의 존재가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영웅심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리버리하게 쫄쫄이 입은채로 밤거리를 싸돌아 다니는 킥애스와 달리 힛걸은 준비된 히어로이다. 그리고 이 준비된 히어로의 현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히어로에 대한 환상과는 너무도 다르다. 바비인형이나 예쁜 치마에 더 관심이 갈 나이에 폴딩나이프를 휘두르고 총, 칼로 악당들을 냉혹하게 학살한다. 그래서 그녀는 다수의 악당과 매일같이 살벌한 싸움을 벌이면서도 살아남는다. 또한 전무후무한 얼간이 히어로 킥애스에게 진정한 히어로의 삶이 얼마나 냉혹한지 몸소 보여준다.

 과연 만화나 영화,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마음약한 영웅들이 매일 같이 냉혹한 악당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힛걸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히어로다. 게다가 깜찍함까지 어울어져 있으니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은 힛걸의 팬이 될 수 밖에 없다. 옆 사진의 표정을 보자 저게 과연 곰돌이 인형이나 끼고 노는 어린 소녀가 할 수 있는 표정 연기란 말인가? 하지만 이 영화의 배역이 이 어린 연기자의 정서에 좋지 못한 상처를 남긴게 아닐까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영화 킥애스는 거대 헐리우드 자본 앞에 무릎꿇은 아이언맨 2에 비하여 작가 정신이 살아있는 섬세한 영화다. 실제로 킥애스의 감독은 자신의 창작의 자유를 덜 제한 받기 위해 헐리우드 밖에서 자본을 끌어와 이 영화를 제작하였다고 한다. 덕분에 비록 조잡한 CG와 소품으로 무장했지만 곳곳에서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작은 케릭터 하나하나에도 등장 의도가 뚜렷하게 부과되어 있다. 

 반면, 아이언맨 2는 등장인물들이 화려함에 가려져 빛을 잃고 있다. 걸출한 미키루크 마저도 약간의 카리스마만 남았을 뿐 인물의 드라마나 개성은 돈발린 CG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무리 거대한 자본이 만든 정신없이 화려한 화면이 관객들을 많이 끌어 모은다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기억에 남는 것은 실제로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큰 자본에 이끌려 수동적으로 영화관을 찾고 기계적으로 영화를 보게 될 뿐이다. 


 또 하나 킥애스라는 영화가 가진 강점은 섬세한 유머다. 곳곳에 히어로 만화의 패러디와 오마주가 포진해 있으며 케릭터 하나하나의 재치있고 뻔뻔한 연기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위의 사진은 킥애스의 집으로 갑자기 난입한 힛걸과 빅 대디(Big-Daddy)의 모습니다. 배우들의 뻔뻔하고도 섬세한 연기에 웃음이 절로 나오는 장면중 하나이다. 이에 반해 역시 아이언맨 2에서는 유머나 배우들의 연기, 즉 인간미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금새 살아질 운명의 케릭터들도 뭐하나는 볼 구석이 있는 킥애스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인 것이다. 

 영화 킥애스를 보는 내내 이 영화는 수 많은 유머의 난무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이 영화의 무거운 메세지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조율을 잘 해낸 영화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히어로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여지것 다른 히어로 영화들이 가지지 못했던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에 결코 무시못할 메세지 , 재미있는 유머와 강력한 OST까지 결합된 영화가 킥애스이다. 하지만 잔인한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영화이므로 심장이 약하거나 마음이 약하거나, 아무튼 주의를 요하는 바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개인 적인 관점으로 이틀간 연속으로 본 두 개의 슈퍼 히어로 영화 킥애스와 아이언맨 2를 구지 비교하자면 킥애스가 승자라는 것이다. 사실 아이언맨 2도 위의 좋지 못한 평들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미있게 관람하였으며 이 판단에 영화 자체만이 아닌 외부적 요소가 개입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역시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더욱 나에게 와 닿았던 슈퍼 히어로 영화는 킥애스였으며, 아마도 영원한 힛걸의 팬이 될 거 같다. 그리고 DVD 구입 계획의 맨 앞자리를 차지했으며 원작 만화도 정식 수입이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왓치맨(Watchman)과 함께 최근에 본 가장 인상 깊은 슈퍼 히어로 영화였다. 원작 만화가 마크 밀러(Mark Millar)에 관하여 간단히 알아보고 이 쓸모 없이 긴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

'현실속에서 슈퍼 히어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악당들은 존재한다.'

이름 : 마크 밀러(Mark Miller)
출생 : 1969년 영국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계기는그가 원작 만화를 그린 영화 '원티드(Wanted)'가 개봉 되었을  2008년 당시 일 것이다. 그가 그린 만화중 국내에 정식 수입된 것은 시빌 워(Civil war), 수퍼맨 레드선(Superman Red Son), 그리고 절판된 원티드(Wanted)가 있다. 이 중 슈퍼맨 레드 선은 그의 작품들 중 가장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슈퍼맨을 바라보는 기존과는 다른 독특한 시야가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다.  
 스파이더맨, 슈퍼맨, 엑스맨 등 기존의 마블(Marvel) 코믹스 슈퍼 히어로들의 만화를 그려오다 원티드, 킥애스 등의 자신만의 색을 가진 슈퍼 히어로 만화를 그려 좋은 평을 듣고 있다. 그의 만화들은 기존의 히어로 만화의 기존 틀을 과감히 깨버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슈퍼맨이 독재자가 되어간다든지 주인공이 히어로가 아닌 악당이라든지 말이다. 무척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가볍지만은 않은 진중한 메게지를 던질 줄 아는 세련됨도 가지고 있다. 아래는 킥애스의 만화 표지이다. 안의 그림도 몇장 올릴까 했지만 잔인성이 지나쳐서 참았다. 맨 밑의 사진은 만화판의 힛걸 모습으로 상당히 잔인한 장면이라 다른 부분 제거,


[즐거운 영상물들] - 슈퍼 히어로 영화들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만약 슈퍼 히어로 영화의 팬이라면 위 링크를 한 번 읽어 보세요.
이번에 영화 킥애스를 보고 리스트 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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