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는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의 소식지 타임투라이드에 이륜자동차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기고 중이다. 벌써 두 번째 연재글이 기고 되었는데 기분이 참 묘한 것 같다. 인쇄지의 지면 양 관계상, 또는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의 의도와 맞지 않은 내용은 어느정도 수정을 거치는데, 물론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글을 쓴 나로서는 글에 대한 애착이 생겨 좀 아쉬운 감이 들곤 한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 공간을 빌어 글 원본 내용을 올려본다.
<내 인생 최고의 이륜자동차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XL883R 로드스터>
벌써 할리데이비슨의XL883R 로드스터(XL883R Roadster, 이하 883R)를 선택하고 함께한지도 1년여가 되었습니다. 한 때 이륜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많이 사라져갈 때쯤, 함께하게 된 883R, 다시금 나의 이륜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되살혀준 존재이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15년의 이륜자동차 인생에서 이보다 더 나를 만족시킨 이륜자동차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처럼 나의 몸의 일부와도 같이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 883R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Sportster) 패밀리는 1957년, 처음으로 탄생되었으며 좀 더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감성을 그동안의 할리데이비슨 이륜자동차의 매력에 첨가시킨 제품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할리데이비슨 제품군에 새로운 신세대 운전자들을 끌어들일 요량으로 탄생되어 현재까지도 오랜 기간 숙성된 할리데이비슨만의 매력에 다양하고 톡톡튀는 파격적인 감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포스터 제품군의 구매자는 거의 20~40대 정도의 연령대를 보이고 있어 다른 할리데이비슨 모델들에 비해 무척 젊다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할리데이비슨의 전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제품군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다른 제품군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린 할리데이비슨 엔진 특유의 말발굽 소리를 아직도 가장 선명하게 들려주는 V-Twin 에볼루션(Evolution)엔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883R는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좀 더 날렵하고 스포티한 주행을 컨셉으로 2002년 첫 선을 보인 모델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할리데이비슨 이륜자동차의 가장 큰 매력은 운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2기통 엔진입니다. 국내나 일본산 이륜 자동차의 경우 대체로 4기통의 엔진을 선호합니다. 동력 분배가 부드럽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매력 만큼은 어쩌면 2기통 엔진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의 2기통, V-Twin 엔진은 감성적인 고동감, 강력한 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외관등,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을 대표하는 크롬 도금된 엔진의 외관도 멋지지만 몇몇 스포스터 시리즈의 블랙 파우더 코팅된 엔진 역시도 강력한 남성미를 뽐냅니다. 883R 역시 블랙 파우더 코팅된 V-Twin 엔진을 가지고 있는데 시동을 걸고 엔진이 고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할리데이비슨을 선택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에 흐뭇해지곤 합니다.
최근 나의 883R이 주행거리가 4,000Km를 넘어서면서 엔진의 힘을 마음껏 개방해보고 있는데 150Km/h 까지는 가속이 어느정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무리하면 약 170Km/h 정도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할리데이비슨 측에서 정확한 마력수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883R 55마력 정도의 힘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할리데이비슨의 이륜자동차는 포워드 풋스탭(Forward Foot step: 앞으로 다리를 길게 뻗게 되는 발판 위치)으로 대표되지만 스포스터 제품군의 경우 신제품인 포티에잇(Fourty-Eight)과 커스텀(Custom) 모델을 제외하고 모두 미들스텝(Middle Step)이 기본 풋스탭 포지션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스포티한 코너 주행에는 포워드스탭보다는 미들스탭이 맞기 때문에 스포스터의 컨셉에 더욱 알맞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883R 역시 미들스탭 포지션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포워드스탭을 선호한다면 할리데이비슨 정품 스탭 부품을 이용해 풋스탭 포지션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차대에 이미 포워드 풋스탭을 고려한 자리가 기본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작업할 수 있다고 합니다.
883R에는 속도계 이외에는 아무런 계기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속도계하단에 디지털 적산계(적산거리1, 2, 총적산거리, 시계로 변환가능)가 위치하고 있을 뿐입니다. RPM 게이지가 존재하는 일본산 레플리카만 운전하다 RPM표시가 없는 883R을 운전하다보면 가끔 내가 사용하고 있는 RPM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게 됩니다. 같은 이기통 엔진의 TL1000R을 소유해 본 경험상 RPM에 부드럽게 증가하다 갑자기 진동이 심해지는 구간이 바로 2000rpm~3000rpm정도라고 예측됩니다.
또 하나 연료 게이지가 없으며 연료가 부족할 경우 연료 램프에 불이 들어옵니다. 연료 게이지가 없다는 점도 가끔 불편하긴 하지만 램프가 들어온 이후에도 25~30Km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883R의 피넛 연료통은 12.5L의 연료를 저장할 수 있어 조금 적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상 연비는 리터당 약 15Km가 조금 안될 것 같습니다.
연료게이지나 RPM 게이지가 없다는 점은 처음에는 약간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옵션 부품을 통해 이 불편을 해소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던 것을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RPM 계기판이나 연료게이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어찌보면 자신의 이륜자동차와 좀 더 강하게 감성적인 교감을 이루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RPM 계기판을 보기보다는 직접 엔진의 진동이나 고동감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으며 이런 특징이 몸에 익자 진정으로 이륜자동차 주행을 즐길 수 있게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왠지 정말 할리데이비슨 답다는 생각마저도 들게 합니다.
다른 스포스터들과 달리하는 883R의 강점은 듀얼 디스크 프론트 브레이크에 있습니다. 더블 디스크 프론트 브레이크를 가진 스포스터는 883R과 XR1200X 뿐입니다. 한장의 디스크를 가진 여타 기종보다 두 장의 디스크를 가진 883R의 제동력이 뛰어난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 더블 디스크 브레이크는 883R이 좀 더 스포티한 주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위험한 난폭 운전은 금물이겠습니다.
서스펜션 성능도 883 모델 중에서 가장 뛰어납니다. 스포스터 제품군 중 XR1200X를 빼면 가장 좋은 서스펜션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다져진 쭉 뻗은 도로에서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노면 상태가 고르지 못하다면 이러한 서스펜션 성능 차이가 크게 작용합니다. 서스펜션 성능이 약할 수록 노면의 충격이 바로 운전자에게 전달되며, 특히나 동승자가 있다면 더욱 이러한 서스펜션 성능이 아쉬워질 것이다.
883R은 기본적으로 동승자 자리까지 결합된 클래식한 시트가 설치 되어있습니다. 운전자 시트만 존재하는 기종의 경우 동승자를 태우려면 동승자 시트와 동승자용 발판을 따로 구입해 설치해야하지만 883R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원래 레플리카를 탈 당시 그 누구도 뒤에 동승시키는 것을 싫어했지만 883R을 타면서 부터는 동승자를 태우고 가까운 곳으로 나드리를 나갈 정도로 동승자를 태워도 큰 부담감이 없게 되었습니다. 883R이 좀 더 여유롭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이륜자동차인 덕이 큰 것 같습니다.
10년 넘게 이륜자동차를 운전해 오면서 883R을 만나고 처음으로 이륜자동차 운전의 자유와 여유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할리데이비슨 이륜 자동차를 일본산 이륜 자동차들과 비교하며 가격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고 비방하는 경우도 있고 또한 할리데이비슨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883 시리즈 모델을 배기량이 작다고 무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또는 883 모델군을 할리데이비슨 초보자용으로 오인하는 경우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문해 봅시다. 이륜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은 모두 오버리터급의 대배기량 이륜자동차를 타야하고 할리데이비슨 운전자들은 결국 모두 CVO 모델을 구입해야 할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이륜자동차들은 저마다의 특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과 용도가 가장 중요한 것이겠지요. 그동안 대배기량 일본산 이륜자동차를 많이 타 봤지만 883R의 적당하고 여유있는 성능과 감성이 나에게는 그 어떤 이륜자동차보다도 매력적입니다. 저는 15년 이륜 자동차 인생에서 가장 나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는 이륜 자동차를 발견한것 같은데,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은 어떻신지요? 벌써 발견했는지? 찾고 있는지? 아니면 찾을 생각이 없는지? 우리 모두 어떤 선택이 되더라도 자신의 선택을 사랑하고 남의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 성숙한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이 되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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