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작 영화 천녀유혼의 인상 깊은 포스터>
서극( 徐克) 김독의 천녀유혼(天女幽魂)은 1987년 홍콩 영화의 전성기에 등장해 큰 성공을 거둔 영화로 당시를 살았던 많은 한국인들의 추억 속에도 적지 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우연찮게 오래된 이 영화를 다시 보게되어 이렇게 포스팅을 해 보게되었다. 지금 보기에는 흐른 세월 만큼 유치함이 많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시 어린 나이에 맛보았던 감동만큼은 지금도 여전히 즐겨볼 수 있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특히 장국영이 직접 부른 천녀유혼의 OST의 감동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2011년에 개봉한 유역비 주연의 영화 천녀유혼>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는 유역비(劉亦非, 1987~)라는 걸출한 매력(개인적으로 당시 왕조현의 매력에 필적할 매력을 가진 여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을 가진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했지만 과거 천녀유혼의 매력에는 크게 모자른 영화였던 것 같다. 기대만큼 실망감도 컸지만 나름 재미있게 보긴 하였다.
<두 주연배우가 열연한 영채신과 섭소천의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영화의 큰 매력이었다.>
영웅본색으로 이미 국내에서도 스타덤에 등극해 있던 장국영(張國榮, 1956. 9. 12~ 2003. 4. 1), 아직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진 않았던 상태였지만 이 영화 천녀유혼의로 크게 이름을 알리게 되는 왕조현(王祖賢, 1967, 1, 31~), 이 두 범상치 않은 배우가 주연한 영화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렸지만 당시 31살의 나이로 순수하면서도 빈틈 많은 성격의 남자 주인공 영채신을 연기한 장국영, 요염하면서도 풋풋함과 청순한 매력을 잘 조화시킨 섭소천을 연기한 당시 20살의 신인 배우 왕조현, 두 배우의 매력은 이 영화의 재미를 크게 높여주었다.
<영화 천녀유혼의 원작 섭소천이 수록된 요재지이>
하지만 천녀유혼의 매력은 걸출한 배우에만 있지는 않다. 신비로우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 전체의 스토리 역시 큰 감동을 안겨준다. 이 천녀유혼의 이야기는 사실 무(無)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다. 천녀유혼 이야기의 원작은 명,청대의 문인 포송령이 지은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수록된 섭소천이라는 한 일화이다. 그리고 천녀유혼의 흥행성공에 힘입어 만들어진 천녀유혼의 후속작 천녀유혼2 인간도, 천녀유혼3 도도도는 천녀유혼1의 뒷이야기를 원작없이 가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사실 영화 천녀유혼과 원작 섭소천은 큰 이야기의 흐름 이외에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재미삼아 몇가지 차이를 짚어보겠다.
<요재지이의 저자 포송령, 그는 명청 변혁기의 혼란한 시대에 뜻을 이룰 꿈이 좌절되자 요재지이 집필에 전념했다.>
첫째로 주인공 영채신은 영화 천녀유혼에서는 수금원이라는 구체적인 직업과 수금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마을을 방문하지만 요재지이 섭소천의 영채신은 온화한 성품의 선비라는 설명이외에는 뚜렸한 신분 설정이 없으며 마을을 방문한 이유에 대한 구체적 설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원작의 영채신은 이미 병약한 부인을 하나 가지고 있는 상태로 등장한다.
<영화 천녀유혼에서 연적하를 연기한 배우 우마, 원작과는 다르게 강한 인상이 특징이다.>
두번째로 영화 천녀유혼에서 영채신, 섭소천 이외에 제3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귀신잡는 도사 연적하에 대한 설정의 차이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연적하는 세상을 등진 검객으로 도술에 능하다. 세상을 한탄하며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며 검무를 펼치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외모는 흡사 삼국지의 장비 처럼 고슴도치의 바늘 같은 거친 수염에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로 표현된다. 하지만 원작의 연적하에 대한 표현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이야기의 중요한 배경인 난약사에서 우연히 영채신과 만난다는 설정에는 변함이 없지만 원작의 연적하는 좀더 온화하고 부드럽게 표현된다. 실제로 원작의 영채신이 연적하에게 받은 첫 인상은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가 아닐까?' 라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귀신조차 두려울 만한 도술을 지닌 검객이었다.
<장국영이 직접 부른 영화 천녀유혼의 OST>
세번째로 이야기의 결말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영화에서는 섭소천의 유골을 묻어주고 극락왕생하여 좋은 전생을 비는 것으로 여운있는 결말을 보이지만 원작의 내용이 좀더 해피엔딩(?)에 가깝다. 영채신은 귀신 섭소천의 신세를 불쌍히 여겨 유골을 구해와 집 앞 양지바른 마당에 묻어주지만 병약한 아내에게 일편단심의 태도를 보이다. 그녀가 병으로 죽자 귀신인 섭소천의 지극한 정성에 그녀를 아내로 맞이해 아이까지 낳고 섭소천은 점점 인간으로 변화해 간다. 그리고 섭소천의 권유로 첩까지 들여 훌륭한 자식들을 낳아 좋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영화 천녀유혼의 엔딩 OST '여명이여 오지 말아요(의역임)'>
이 밖에도 원작과 영화에서는 세세한 차이점을 많이 보이고 있다.
<장국영 대신 양조위가 남자 주인공으로 열연한 천녀유혼3 도도도, 천녀유혼1의 100년뒤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더 좋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을 내리지는 못할 것 같다. 두 이야기 모두 나름의 큰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의 내용이 현대의 정서에 크게 차이나는 점이 많기 때문에 영화의 내용에 한 표를 던져줄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짐작은 쉽게 가능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에겐 원작인 요재지이도 3편으로 제작된 영화 천녀유혼도 모두 큰 재미를 안겨준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아래 내가 작성한 요재지이에 관한 포스팅을 링크해 놓는다.
2013/03/06 - [즐거운 취미와 문화/독서는 마음의 양식] - 요재지이 그 기괴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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