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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자동차 일기

할리데이비슨 XL883R 로드스터를 타고 오랜만에 홀로 겨울 나들이



<위 이미지는 12월 11일 스포스터2030 카페 회원 한 분과 들렀던 이륜관에서 찍은 사진이다.>

 일전에 내가 운영중인 스포스터2030 카페의 회원 한 분과 함께 팔당댐 근처 이륜관과 양평 만남의 광장을 다녀온 이후 나의 불쌍한 할리데이비슨 XL883R 로드스터(Harley-Davison XL883R Roadster  이하 883R)이 주차장에서 한달간 방치되어 있었다. 물론 몇일에 한 번씩 타이어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세워둔 위치를 조금씩 바꾸어 주긴 했지만 이 녀석에게는 역시 너무도 잔인한 일이다. 달리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한달간이나 주차되어 있다니 말이다.

<위 이미지는 12월 11일 스포스터2030 카페 회원 한 분과 들렀던 이륜관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러나 역시 한국의 겨울은 춥다. 이륜자동차 운전자에게는 한 여름 장마철과 함께 최악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20대 때에는 워낙 추위도 안타는 체질이었거니와 이륜자동차를 타고싶다면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람을 가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의 추위를 이륜자동차를 타며 감당하기가 쉽지가 않다. 물론 한국 겨울의 체감 온도가 내려간 이유도 있겠지만 입 돌아갈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ㅋㅋㅋㅋㅋㅋ)

<위 이미지는 12월 11일 스포스터2030 카페 회원 한 분과 들렀던 양푱 만남의 광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홀로 보내게된 오늘 토요일, 할일도 많은데 여러모로 기분 좋지 않은 일들도 있고 해서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주차장에서 홀로 외로웠을 나만의 이륜자동차 할리데이비슨 XL883R 로드스터를 무척이나 타고 싶기도 해서 홀로 나들이를 나서기로 했다. 마침 날도 많이 풀려 하루중 몇 시간동안은 영상의 기온을 보일것이며 햇살도 무척 따듯했다. 겨울에 나들이 하기에는 그만인 날씨이다. 


 주차장에 내려가 883R의 커버를 벗기며 잠시 걱정도 되었다. 극심한 온도 변화와 추운 날씨에 한달동안 가만히 서서 방치되어있었으니 혹시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해서였다. 우선 배터리 방전을 예방하고자 빼 놓았던 플러스 플러그를 끼워넣은 뒤, 열쇠를 점화 위치로 돌리고 전기가 충분히 올라오자 엔진 꺼짐/작동(RUN OFF/ON) 스위치를 작동(ON) 위치로 놓자 엔진 표시등에 불이 들어오고 연료 라인에 휘발류가 채워지며 '징~'하는 연료 펌프 소리가 들렸다. 의외로 연료 펌프 소리도 잡음 없이 경쾌하고 깔끔했다. 클러치 레버를 당기고 엔진 시동 스위치(START)를 누르자 역시 한 번에 시동이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려한 배터리의 전기 상태는 양호해 몇 번 더 짧게 시동 스위치를 넣어보았다. 

 천천히 한, 세 번 정도 반복하자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힘차게 엔진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굿 걸(Good Girl!)' 역시 나의 883R이다. 할리데이비슨의 장인 정신이 다시 한 번 깊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 달만에 883R의 힘찬 심장 고동이 느껴지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스러웠다. 오래 세워져 있던 관계로 시동을 켜 놓은 채로 타이어 상태도 체크해 보고 이리 저리 문제될 것이 없는지 살펴 보았지만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역시 할리데이비슨 이륜자동차의 견고성과 완성도는 이미 경지에 올라와있다고 할 수 있다.

 평소에는 1분 이상 예열을 하지 않지만 추운 겨울인데다 오래 세워두었던 탓으로 5분 이상 엔진 예열을 마치고 안장에 올라 서서히 슬로틀을 개방했다. 역시 힘있게 2기통 특유의 독특한 응답을 보이며 가속된다.

 도로에 나서자 따뜻한 햇살이 나와 883R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준다. 시원하기보다는 약간 차가운 주행풍이 좌우로 갈라져 빠르게 지나가지만 춥다기보다는 상쾌하다. 의외로 도로위에 차가 많지 않아 운전하기도 편안하다. 노면 상태도 그다지 미끄럽지 않아 883R의 타이어가 충분히 예열되자 알맞은 마찰을 보여준다. 주위의 경치가 우리에게로 달려오다가는 이내 빠른 속도로 등 뒤로 멀어져 간다. 겨울 냄세와 어딘가에서 장작 태우는 내음이 헬멧 사이로 들어와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오랜만에 머릿 속 아드레날린이 만들어주는 황홀경에 빠져본다. 그동안 마음속 깊이 쌓였던 앙금들이 서서히 녹아 사라지고 잠시 떠나있던 자신감도 내 가슴 속으로 다시 돌아온다. 달리는 순간 만큼은 지루하고 답답한 현실과는 동떨어져 883R과 나만의 항상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기분을 맘껏 즐기게 된다. 바람과 엔진 고동, 그리고 내 심장 박동이 하나가 된다. 항상 이 순간 나는 다시 태어남을 느낀다. 

 목적지인 서울로 들어서자 역시 눈쌀이 찌푸려진다. 도로상에 주행중인 것인지 주차된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들, 자동차 운전자들의 스스로의 자유를 박탈한 무지한 운전 습관, 가득한 매연, 시끄러운 소리,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 평생을 살아온 서울이지만 정말 정이 안가는 모습이다. 그래도 옛날에는 서울이 이 정도로 엉망이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아직도 진행중인 급격한 인구 증가가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고향인 서울을 벗어날려는 계획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 수도 이전 계획이 성공하였다면 지금 처럼 엉망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재 용인에 전세 공간을 얻어 사무실겸 나만의 생활 장소로 사용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더럽고 복잡하고 바글대고 시끄러운 서울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어쨌든 끔찍한 서울의 목적지에 얼른 들러 용무를 마치고 다시금 나만의 세계로 슬로틀을 당겼다.

 서울을 벗어나자 역시 상쾌한 기분이 돌아온다. 이륜자동차, 특히, 할리데이비슨의 XL883R 로드스터를 타는 순간 '역시 내 영혼은 무척이나 자유로운 존재구나.'라고 다시금 느낄 수 있다.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은 언제든지 갈 수 있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공간이 있다면 언제든 서서 마음 내키는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나쁜 기분도 멋진 심장소리와 부드러운 주행풍으로 씻어 날려보내준다. 나만의 이륜자동차! 이 보다 좋은 친구는 쉽게 만날 수 없다.

 해가 지고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기 전에 집으로 서둘러 돌아왔다. 해가 떠있던 약 4시간 동안 도로 따라, 바람 따라 겨울 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닌 나와 883R 만의 한 겨울 주말 나들이는 정말 소중했다. 집에 도착 하기전 셀프 주유소에 들러 엔진 탱크를 휘발유로 가득 채우고 주차장에 주차한 뒤 다시 플러스 플러그를 제거했다. 또 언제 타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시동을 끄면 들려오는 할리데이비슨 엔진이 열에 의해 유격이 변형되었다 돌아오면서 나는 '틱! 티걱!' 울리는 소리는 무척 듣기가 좋다. 아! 겨울철 이륜자동차 운행의 장점이라면 엔진과 머플러의 열기가 빨리 식는다는 것이다. 커버를 씌우기가 편하다.

 금방 다시 함께 하자 친구야~!

 집에 들어와 잠시 휴식 후 조깅을해 땀을 뺀 뒤 샤워 후 기타를 잠시 신나게 치고,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 반주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자 언제 스트레스를 받았냐는 듯 마음이 맑아졌다. 다시금 심기 일전해 나가야 겠다. 물론 이 기분이 얼마나 유지 될 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만의 사랑스런 존재들이 있기 때문에 항상 상처 받은 마음이 치유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 카테고리에 처음으로 일기다운 일기를 쓴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 운전의 즐거움에 빠진 나머지 사진 한 장 찍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디 서서 사진이라도 좀 찍을것......... 포스팅에도 쓰고 타임투라이드에도 기고할 거리도 생기고....... 오늘 나들이의 유일한 아쉬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