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로마(Rome)와 더불어 가장 재미있게 본 미국 드라마 덱스터(Dexter)가 약 8년여 동안 8개 시즌으로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연쇄살인마들을 연쇄살인하는 연쇄살이범의 이야기라는 실로 파격적인 사고의 전환을 나에게 선보인 이 드라마는 약 96편의 적지 않은 분량의 에피소드 동안 정말 많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었다. 2006년 10월의 강렬한 시작에서부터 결국 2013년 9월의 마지막 결말까지 나의 이성과 감성에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덱스터는 아직 자아가 생성되기도 전, 어린 시절 형과 함께 친모가 컨테이너 안에서 범죄자들에게 전기톱으로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넘쳐흐르는 피속에서 장시간 갇힌 채 방치되게 된다. 이를 발견한 형사 해리는 두 형제중 어린 덱스터를 양자로 키우게 된다. 하지만 덱스터는 자라가면서 서서히 범상치 않은 폭력성과 살인욕구를 보이게 된다. 이를 눈치챈 양부 해리는 오랜 경찰 생활의 경험을 통해 덱스터의 위험한 욕구를 없앨 수 없음을 직감하고 그의 욕구를 다른 쪽으로 표출 시키도록 훈련시키기 시작한다. 해리가 경찰 생활을 하면서 항상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들, 법의 태두리 만으로는 그 죄값을 응징하기 힘든 자들을 찾아서 그들만을 덱스터만의 방법으로 응징하게 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인간적인 감정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덱스터에게 일반 인간들과 무리 없이 어울리는 법, 덱스터가 살해할 만한 죄를 가진 이들을 추적하는 법, 그리고 덱스터의 흔적을 지우는 법들을 가르치게 된다. 해리의 교육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인 덱스터는 낮에는 마이에미 강력반의 혈흔분석 법의학자로서 밤에는 연쇄살인마들을 사냥하는 살인마로서, 이중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내가 처음 덱스터와 만나게 된 것은 우연히 읽게된 덱스터의 소설 번역본 1편,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를 읽게되면서 이다. 이 책에서 적지 않은 재미를 느끼고, 또 이 원작을 토대로한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드라마 덱스터를 8년간 감상하게 되었던 것이다. 작가 제프 린제이(Jeff Lindsey)가 '연쇄살인이 꼭 나쁘기만 할까?'라는 의문에서 집필하기 시작했다는 원작과 드라마의 전개는 상당히 많은 차이를 가지지만 두 작품이 추구한 새로운 의문에 대한 흥미는 실로 훌륭했다. 아쉽게도 미국에서는 전7권으로 덱스터의 원작이 완결되었지만 국내에 번역본은 단 4권 뿐이다. 소설속의 텍스터의 결말도 정말 궁금하기만 하다. 



 드라마 덱스터에서 덱스터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결말은 실로 흥미롭다. '사이코패스'란 이미 정신 의학적으로 존재가치를 잃은 단어이지만 어쨌든 덱스터는 평범한 인간과는 너무도 다른 감정체계를 가진 사이코패스적인 인몰이다. 하지만 극중에서 덱스터는 끊임없이 인간성과 자신의 본성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된다. 그리고 8년 동안의 방영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어쩌면 그가 극중에서 조금씩 찾아나간 인간성과 뒤틀린 본성을 양립시킨 유일한 결론이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지 모르겠다. 그 동안 정들었던 덱스터를 떠나보내는 한 명의 팬으로서의 쓸쓸함도 잘 녹아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른 정상적인 남성들과는 조금 다른 감정 체계를 가진 덱스터, 그는 극의 첫 등장에서는 남녀간의 애정이나 성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시즌1의 에피소드1에서는 극의 배경이 되는 마이애미 길거리 곳곳에서 쉽게 보게되는 노골적인 남녀의 애정 행위를 바라보며 덱스터는 의아한 의문의 독백을 던지게된다. 하지만 8개의 시즌이 진행되면서 점점 커가는 인간성 끝에 마지막 결말의 선택의 가장 큰 두 주춧돌 중 하나는 바로 사랑이다. 그런 의미에서 덱스터에게 인간성에 대한 가장 큰 자극제였던 그의 여인들을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마리아 라구에타 - 마이애미 강력반의 형사로 성공에 대한 야망 만큼이나 능력도 출중한 여성이다. 그녀를 덱스터의 여인 첫 줄에 놓은 것은 다른 덱스터 독자들에겐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마리아의 존재가 바로 덱스터 이야기 시작 당시의 덱스터라는 인물을 가장 잘 표현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에서도 그렇지만 드라마에서도 초반의 자신의 능력이나 성적인 매력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마리아는 덱스터에게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호감 표현을 해 오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에 대한 덱스터의 반응을 보면 이야기 초반, 덱스터의 성격을 잘 이해해 볼 수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설 상의 마리아는 무척이나 성적인 매력이 특출난 남미 계통의 여성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의 마리아는? 어쩌면 단지, 동양인과 서양인의 매력 척도가 다른 원인일지도 모르겠지만...... 또 하나, 그녀의 죽음! 소설에서는 1권 결말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스토리 거의 막바지까지 중요한 역할로 남아있다. 



 리타 - 리타는 어쩌면 덱스터의 인간성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준 여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와 덱스터의 만남은 우연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 남편에게 가혹한 성적 학대를 받았던 리타는 남성의 손길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로 덱스터와 첫 만남을 갖았기에 여성과의 관계가 어색하고 부담스럽기만 한 덱스터에겐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기 위한 훌륭한 도구로서 인식되게 된다. 하지만 그녀와의 관계가 조금씩 깊어지면서 덱스터는 조금씩 자기 안에 눈에띄지 않을 정도로 자그마하게 남아있는 인간성에 눈을 뜨게 된다. 결국 사이코패스는 아이 둘 딸린 이혼녀 리타와 결혼하여 해리슨이라는 아들을 낳게된다. 그리고 리타의 불행한 죽음은 시리즈 피날레와도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라일라 - 점점 정상적인 여성으로 돌아가는 리타와 아직도 정상적인 여성이 부담스럽기만 한 덱스터에게 어느날 우연히 찾아온 영국 악센트의 자유분방한 예술가 라일라! 그녀와 덱스터는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게 된다. 바로 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 하지만 아직도 그 무엇보다 해리가 가르친 규칙이 더 중요한 덱스터는 그녀를 밀어내게 되고 때문에 라일라는 자신의 본질을 유일하게 이해해 줄 수 있는 존재 덱스터에게 더욱 강한 집착을 보이게 된다. 결국 넘어선 안될 선을 넘어선 그녀는 덱스터의 손에 슬픈 최후를 맞이한다. 시즌 2에 등장해 대체로 별로 기억되지 않는 캐릭터이지만 나에겐 무척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루멘 - 연쇄살인마들의 성적 희생양으로서 살해될 날만을 기다리며 갖혀있다 우연히 덱스터의 도움을 받은 루멘, 자신에게 씯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들에 대한 끝없는 증오로 덱스터와 같은 길을 걷게된 그녀를 도우며 덱스터는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단지 복수심에 눈이 멀어있던 그녀는 덱스터만이 가지고 있던 세계를 결국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가 덱스터의 작은 인간성이라는 연못에 던져넣은 조약돌의 파장은 적지 않았다. 크게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바라보았던 배우 줄리아 스타일스가 연기했다. 



 데브라 모건 - 데브라 모건은 해리의 친 딸로 덱스터의 피가 섞이지 않은 동생이다. 덱스터에겐 자신을 짐승보다 인간에 가깝게 해 주는 존재로서 덱스터 내면엔 인간성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증거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덱스터는 오빠로서보다는 남자로서의 의미가 더욱 큰가보다. 덱스터에겐 인간성이라는 절벽에서 한 줌의 지푸라기와도 같은 그녀의 죽음은 어떤 의미로 작용할까? 덱스터의 인간성이라는 굴레에서의 해방? 아니면 덱스터 내면에 갇혀있던 인간성의 해방? 



 한나 - 덱스터 최후의 연인, 아름다운 장미와도 같은 한나, 과거 어린 시절 연쇄살인마의 연인이었으며 그녀 역시도 연쇄살인자이다. 하지만 그녀 내면 속에는 살인자의 본성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살인은 나약한 그녀가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덱스터와 한나는 서로의 내면 깊은 곳까지 서로 이해하며 서로가 가진 두개의 얼굴들을 모두 받아들인다. 결국 덱스터의 인간성을 내면 밖으로 완전히 해방 시킨건 바로 한나였다. 하지만 그 인간성은 어쩌면 그동안 살인이라는 씯지 못할 죄업을 쌓아온 삶을 산 덱스터에겐 사치였을지도 모르겠다. 



2010/07/14 - [즐거운 취미와 문화/독서는 마음의 양식] - 덱스터 연쇄살인마들을 연쇄살인하는 연쇄살인범 이야기



 



 



제목 :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Darkly dreaming Dexter, 2004)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Dearly Devotd Dexter, 2005)
           어둠속의 덱스터 (Dexter in the Dark, 2007)
           친절한 킬러 덱스터 (Dexter By Design, 2009)
작가 : 제프 린제이 (Jeff Lindsey)
권수 : 현재 4권

 사실 제프 린제이의 덱스터는 국내에 이미 4권이 번역 발간되어있고 이 소설을 즐기며 여러번 소개할 마음이 생겼었지만, 한 가지 이 작품을 소개하는데 조심스러웠던 점이 바로 이 작품 소재가 상당히 기존의 도덕적 가치관을 흔드는 모럴 헤저드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작가 제프 린제이는 '모든 연쇄살인이 나쁘기만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 의문이 이 작품을 쓰도록했다고 했지만 그 의문에 절대적으로 답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연쇄살인은 용서못할 죄악입니다.' 세상에는 죽어 마땅한 인간이 넘쳐나지만 개인의 판단에 의해 죽어도 될 인간이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소개하는 이유은 단 한가지, 이 책이 정말 재미있는 상상력들로 읽을 거리가 풍부하나는 것입니다. 
 덱스터는 어린시절 끔찍한 경험을 한 이후로 커가면서 억누를 수 없는 살인 충동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를 눈치챈 베태랑 형사 덱스터의 양부는 덱스터의 사이코페스적 성향을 억누를 수 없음을 알고 자신이 경찰 생활을 하며 공권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악인들만을 찾아 처단할 수 있도록 덱스터를 교육하게됩니다. 결국 덱스터는 마이애미 경찰서의 혈흔 분석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밤에는 연쇄살인범을 찾아 죽이고 토막내어 바다에 버리는 이중생활을 하게 됩니다. 
 소설상의 주인공 덱스터는 무척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살인자로서의 본성을 숨기고 동료들에게나, 애인, 여동생에게는 재치있고 매너있으며 배려깊은 인물로 위장해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의 본성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위의 사람들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단지, 재미있는 관찰 대상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덱스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주위 인간 군상들의 묘사가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큰 재미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이 큰 인기를 끈 뒤로 TV시리즈로 만들어져 상당한 시청률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소설에서의 강렬한 인상때문에 저 역시 국내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할 당시 상당히 주의 깊게 이 시리즈를 감상해 보았습니다. 소설 2권인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의 표지가 이 TV시리즈 판 덱스터의 포스터입니다. 제가 위에 올려논 이미지가 바로 TV시리즈의 포스터 중 하나입니다. 얼핏 보기에 덱스터가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인데 유심히 보시면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팔이 너무 하얗다는 것인데 아마도 덱스터가 잘라낸 시체의 팔이 아닌가 하고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TV시리즈 오프닝 영상도 이 포스터 만큼이나 기발하고 강한 인상을 주도록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소설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주어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덱스터는 연쇄살인범입니다. 마이애미 경찰이었던 의부의 교육 덕분에 연쇄살인자만을 살인한다는 룰을 강하게 지켜나가지만 그의 살인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정말로 죽어 마땅한 인물만을 철저하게 죽여 없앨 수 있다면 어쩌면 사회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역시도 한 명의 인간일 뿐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언제나 실수를 하는 완전치 못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상에서도 뛰어난 사고력과 임기응변을 지닌 그도 쉽게 실수를 하곤 합니다. 이 소설은 단지 재미를 추구한 작품일 뿐 도덕적이거나 철학적 메세지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신다면 덱스터 시리즈의 재미를 100%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