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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취미와 문화/즐거운 영상물들

겨울왕국 디즈니 공주님 이야기의 틀을 깨보자!



 어려서 부터 항상 즐겁게 봐왔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가장 최신작 겨울왕국(Frozen)을 감상했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53번째 영화라고 한다. 대체로 자막으로된 디즈니 만화를 감상해 왔지만 이번에는 한국어 더빙된 것으로 감상해 보았다. 덕분에 우리 말고는 대부분 어린이 동반자들이 있는 관람객들이라 꼬마 친구들과 함께 디즈니 만화를 즐겨보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었다. 최근 느낀 것이지만 아무리 자막을 빨리 읽어낼 수 있다해도 자막을 읽는 그 짧은 시간이 생각외로 영화 감상에 큰 방해가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최근 한 작품을 자막 버전과 더빙 버전을 긴 시간을 두지 않고 연속으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더빙 버전을 볼 때 자막 버전을 보면서 놓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집중력이 꽤 높은 편이라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이 원인을 자막을 보는 찰나에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렇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은 한국의 더빙 수준에 큰 인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어쨌든 각설은 뒤로 하고....


 겨울왕국은 그 동안 디즈니가 가지고 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공주님 이야기의 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디즈니는 그동안 고정화 되고 시대착오적이었던 이미지의 공주님 이야기를 탈피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노력해왔다. 대체로 소극적이고 얌전하게 기다리며 이리저리 고생문을 뚫고 오는 왕자님을 기다리는 공주님에서 벗어나 옳은 뜻을 펴기 위해 왕자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모험에 뛰어드는 개성 있는 공주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겨울왕국에서도 이런 노력의 성과를 꽤 많이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 디즈니의 공주님상이 가치 없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대부분 과거의 공주님들이 도덕적인 신념면에서 완성된 존재이고 왕자들이 사서 고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였다면 겨울왕국의 공주님들은 비록 미숙하지만 그 미숙한 점을 성장시켜나가기 위해 스스로 사서 고생을 마다 않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나 할까? 


<겨울 왕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역시 눈사람 올라프였다.>

 여러모로 보나 겨울왕국의 주요 등장인물 네명과 하나는 꽤 잘 만들어진 캐릭터인 것 같다. 동생을 보호하고 부모님을 존중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고 가두기만한 한 엘사, 역대 최강의 철없는 공주지만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힘든 고생을 마다 않는 안나, 디즈니 왕자의 고정 관념을 산산히 부셔주는 한스 왕자, 디즈니 남자 주인공 역서상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평범하면서도 친근한 얼음 장수 크리스토프, 그리고 태양과 열대 지방의 정취를 동경하는 마법의 눈사람 울라프까지! 이 밖의 다양하고 개성있는 등장 인물들도 적재 적소에 잘 배치되어있다.  


 겨울왕국의 CG기술은 이미 경지에 다다른 것 같다. 장난 스러운 안나 공주의 주근깨 하나하나의 표현 부터 겨울에 보고있자니 한기가 들 정도로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된 눈과 얼음,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한 다양한 인물들의 동작 표현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과거 고 스티브 잡스가 디즈니에 팔아넘긴 픽사의 기술력이 이미 디즈니에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어간 듯했다. 질리지 않는 디즈니 특유의 유머와 등장 인물들의 아름다운 노래와 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얼굴에 미소를 띄게 만든다. 특히 더빙에서 더욱 빛을 발한 한국의 성우들과 가수들의 연기력과 가창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구지 월음 왕국의 주제를 말로 표현해 보라면 인간의 배타성이 낳은 불행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은 사랑과 이를 위해 감뇌하게 되는 희생의 가치라고나 할까?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만큼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보아서 그런지 기대 만큼은 아니었지만 상당한 재미를 느끼며 즐겼던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직 안 본 이들이 있다면 이들에게 일러주고 싶은 말은 앤딩 크래딧 이후에 보너스 영상이 있다는 점이다. 항상 앤딩 크래딧을 끝까지 보는 나이기에 볼 수 있었던 영상이었다. 실제로 당시에도 이 영상을 본 관람객은 나와 내 일행 뿐이었다. 영화 감상할 때 만큼은 정신병적으로 급하기만 한 한국의 빨리 빨리 특성을 버리고 연유있게 앤딩 크래딧과 함께 흐르는 감미로운 OST를 감상하며 영화의 감동을 되새겨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덤으로 앤딩 크래딧 이후의 영상을 보너스로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영화 만든 이들이 앤딩 크래딧을 삽입한 이유는 이 역시 관객들이 감상해 주기를 바래서이고 우리가 영화 표를 구입할 때는 이를 감상할 권리도 함께 산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