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시대, 노예제도를 밑바탕으로 쌓아올린 부흥기에 전에 없던 큰 상처를 남겼던 인물 스파르타쿠스는 그가 일으킨 놀라운 역사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문헌으로 남아있는 신빙성있는 과거사가 거의 없기에 도리어 다양한 매체의 창작욕에 적지 않은 매력을 선사하는 소재이다. 

 기본적으로는 농경사회였던 로마가 대외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고 부를 축적해 가면서 부산물로서 후에 로마의 경재 근간의 밑거름이 되는 존재들이 바로 노예였다. 이 노예의 대부분은 전쟁에서 로마에 의해 패망한 민족이었으며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 로마인에게 노예란 일종의 재산이었으며 소, 말 등의 가축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로마 시대의 노예는 다양한 종류가 있었지만 스파르타쿠스의 신분은 검투 노예였다. 대체로 잡역에 사용되는 다른 노예들과는 달리 검투 노예는 콜로세움에서 로마인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해야 했다.

 검투를 현대의 복싱이나 이종 격투기와 같은 스포츠와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검투 노예의 싸움은 이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특별한 룰이 없었기 때문에 로마인들의 자극적인 유흥을 위해서는 1대 다수, 때론 사람 이외의 맹수와도 싸워야했으며 목숨을 잃는일도 쉽게 일어나곤 했다.  스파르타쿠스는 이러한 검투 노예였다. 이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던 그가 어느날 들고 일어나 로마의 노예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실로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로마를 상대로 3년간이나 긴 전쟁을 치루었던 것이다. 로마의 부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 요건인 노예의 반란이라는 점, 로마의 본토인 이탈리아 반도에서 일어난 반란이라는 점, 단순한 반란 이상으로 강력한 로마군을 상대로 여러번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은 광대한 로마 영토 전체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큰 사건을 일으킨 스파르타쿠스이지만 그가 트라키아 출신이라는 점, 반란을 일으키기 전 검투 노예의 신분이라는 점 이외에는 확실한 문헌은 남아있지 않다. 로마군에 있었으나 탈영으로 인해 노예로 전락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트라키아의 왕족이었다는 설, 노예 신분으로 태어났다는 설, 등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확실한 사실로 인정 받는 것은 전무하다. 때문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검투 노예 스파르타쿠스의 과거는 무궁무진한 창작의 소재로 사용되어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다.


 이 포스팅의 주제인 미국 Starz의 시리즈 스파르타쿠스(Spartacus) 역시 로마의 검투 노예 스파르타쿠스를 소재로하고 있으며 그동안 스파르타쿠스를 다룬 어떤 매체 이상으로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리얼하게 표현된 당시 로마의 시대상, 섬세하게 표현된 하나하나의 등장인물, 지루함 없이 흘러가는 잘 짜여진 이야기 전개, 뛰어난 영상미, 마치 당시의 로마를 옮겨놓은 듯한 생생한 배경! 정말 훌륭한 드라마였다. 주의할 점은 실제 당시 로마에 있었을 법한 잔인함이나 선정성이 여과없이 그대로 표현되어있다는 점이다. 성인이라도 이런 것에 크게 영향을 받는 이들에게는 절대 권해주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Starz의 스파르타쿠스는 3개의 시즌과 한 시즌의 외전으로 이루어져있다. 시즌1이 끝난 시점에서 주인공 스파르타쿠스를 멋지게 열연한 배우 앤디 윗필드가 암선고를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시즌2가 시작되기전 시즌1이전의 내용을 다룬 외전격인 갓 오브 아레나(God of Arena) 6편이 방송된다. 이 외전은 스파르타쿠스가 팔려온 바티아투스 검투사 양성소에서 스파르타쿠스가 팔려오기 전, 전설의 검투사인 가니커스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시즌1 이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스파르타쿠스는 등장하지 않으며 스파르타쿠스의 선배이자 2, 3 시즌을 통해 스파르타쿠스의 오른팔로서 중요한 역활을 하게 되는 전설의 검투사 가니커스가 어떻게 자신의 힘만으로 검투 노예에서 자유인의 신분을 획득하는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결국 시즌1의 스파르타쿠스를 열연했던 배우 앤디 윗필드는 암으로 사망하고 시즌2 부터는 새로운 배우 리암 맥킨타이어가 스파르타쿠스 역을 이어갔다. 기존 앤디 윗필드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기에 처음에는 많이 비교가 되었지만 리암 맥킨타이어의 스파르타쿠스 역시 또 다른 훌륭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극을 끝까지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고인이 된 앤디 윗필드에게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잔혹한 잔인성과 선정적 표현에만 집중한다면 이 작품의 값어치를 쉽게 깎아내릴 수도 있겠지만 도리어 이런 표현은 현대 문명화된 사회와 비교해서 무척이난 야만성이 살아있었던 당시 로마시대의 현실을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당시 로마의 가장 밑바닦 인생을 살았던 노예 신분의 주인공들, 그리고 그들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자신의 부를 축적해 가는 로마인들의 삶에 쉽게 감정을 이입시킬 수 있었다. 극중에서 로마를 뒤흔든 스파르타쿠스의 난의 불씨는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복수, 자신을 노예의 신분으로 몰락시킨 로마에 대한 증오였다. 이것이 발전해 같은 검투 노예들에 대한 동료애, 노예 신분의 동지들에 대한 연민, 자유에 대한 갈망, 투쟁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무리 없이 물 흘러가듯, 그러면서도 격정적으로 잘 표현되어있다.



 어찌보면 이 극의 결말은 이미 결정되어있었다. 역사적으로 스파르타쿠스의 난은 결국 실패하기 때문이다. 과거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라디에이터 처럼 스파르타쿠스를 소재로 했으나 역사적 사실을 대체로 무시한 영화도 있었지만 Starz의 스파르타쿠스는 생각보다 역사적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때문에 결말 역시도 역사적 사실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쟁에서 패망하고도 스파르타쿠스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에서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결말을 보이고 있다. 결론이 정해진 극의 재미는 생각보다 많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파르타쿠스는 이런 장애를 안고 시작한 극임에도 그 재미는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로마의 검투 노예는 물론이거니와, 일반적인 다양한 노예, 로마의 귀족, 검투사 양성소를 통해 큰 돈을 벌려는 야심에 가득찬 로마인과 그의 아내, 로마의 장군, 정치인등 실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이 섬세하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실로 이 극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니었나 싶다. 과거 HBO의 로마(Rome)와 함께 최고로 잘 표현된 로마이야기였던 것 같다. 최근 시즌3으로 스파르타쿠스는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깊은 감동과 함께 더 이상 스파르타쿠스와 그 등장인물들을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Posted by 미후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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