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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레거시 본이 남긴 유산!



 본 얼티메이텀(Bourne Ultimatum, 2007) 이 후 시리즈가 종결된 줄로만 알았던 본 시리즈가 5년 만에 뜬금없이 재 등장했다. 헐리웃 측에서는 전에 없이 성공한 본 씨리즈를 그냥 이대로 묻어두기에는 적지 않게 아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번 본 시리즈인 본 레거시(The Bourne Legacy)는 놀랍게도 주인공 본을 연기한 맷 데이먼이 등장하지 않는 첫 편이다.



 영화 허트로커 이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배우 제레미 레너가 이 번 본 레거시의 주인공 역할을 맞게 되었다. 그렇다고 제레미 레너가 뜬금없이 본 역할을 연기하는 것은 아니고 전작 트래스톤이나 블랙브라이어와는 또 다른 특수 요원 양성 기관에서 길러진 정예 요원 애론 크로스로 등장한다. 본이 극한의 훈련에 의해 길러진 정예 요원이라면 애런 크로스는 훈련 뿐 아니라 약물이나 바이러스를 이용해 지능이나 신체 능력까지 향상된 존재이다. 



 이번 본 레거시에서는 본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맷 데이먼이 등장한 마지막 본 시리즈 본 얼티메이텀과 동일한 시간대에서부터 조금 더 시간이 지난 순간까지가 바로 본 레거시의 배경이다. 제목 본 레거시(Legacy)에서 레거시가 뜻하는 것처럼, 본의 유산, 즉, 본이 본 얼티메이텀에서 일으킨 일들이 도화선이 되어 본 레거시의 스토리 라인이 형성된다. 본 레거시에서 본은 그저 그의 행적에 대한 잔상이 남아있을 뿐이다. 



 본 레거시에서 주인공 애론 크로스 역의 제레미 레너 못지 않게 주목할 만한 배우가 바로 애드워드 노튼이다. 범상치 않은 연기력을 가진 이 배우는 본 레거시에서 애론 크로스를 양성하고 활용한 조직 정부 조직 아웃컴의 냉철한 수장  에릭 바이어 역을 맞고 있다. 절제되어있으면서도 명석하고 유능하며 냉정한 에릭 바이어의 연기는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볼거리다. 


 

 본 시리즈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본 아이텐티티에 등장한 여주인공 마리 헬레나 크루츠는 전적으로 본의 능력에 의존하는 본의 족쇄같은 존재이자 본이 인간성을 잃지 않는 중요한 열쇠가 되어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본 슈프리머시와 얼티메이텀에 주요하게 등장하는 줄리아 스타일러스가 연기한 닉키 파슨스는 본과 같은 트래드스톤 요원을 서포트 하던 역할에서 주위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본을 돕는, 그래서 결국 본이 보호해야할 존재로서 등장한다. 즉, 전작의 주요 여배우들의 본의 존재를 강조하는 부수적 존재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 레거시의 여주인공 마르틴 쉬어링 박사는 전작의 여주인공들보다 그 역할이 한 층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애론 크로스의 전적인 보호를 받긴 하지만 반대로 애론 크로스에게 절대적으로 없어선 안되는 존재이자 도움을 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동안 맷 데이먼이 주연했던 본 시리즈는 상당히 인상 깊게 본 영화였다. 아마도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맷 데이먼의 연기였을 것이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면서도 냉철한 판단력과 순발력, 절제되어 있으면서 사실적이고 완벽한 액션이 잘 조화를 이루어 여지껏 없었던 새로운 매력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은 대부분의 맷 데이먼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능력이었을 것이다.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사실적이면서도 긴박한 스토리 라인에 잘 조화시킨 폴 그린그레이스 감독의 역량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본에서는 이 둘의 천재적 역량을 감상할 수는 없다. 그린그레이스 감독이 없는 본 시리즈는 진정한 본 시리즈가 아니라는 뚜렸한 주관에 의해 맷 데이먼 역시 감독과 함께 시리즈를 하차했기 때문이다. 처음 맷 데이먼이 없는 본 시리즈는 적지 않게 놀라움을 주었다. 본 레거시를 감상한 감상평 역시 전작들과 비교 평가에서는 역시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본 레거시가 별 볼일 없는 영화여서라기 보다는 전작 본 시리즈가 너무도 뛰어난 작품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액션 영화로서 본 레거시는 충분히 범작 이상의 평가를 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한마디로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전작 본 시리즈의 절제되고 사실적인 액션에 비해 좀 더 화려하고 볼 거리를 강조한 액션이라는 점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말이다. 전 작 본 시리즈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충분한 재미를 느꼈던 영화였다. 또한 영화는 후속작에 대한 강한 여지를 남기고 끝맺었다. 과연 새로운 본 시리즈의 주역은 애런 크로스에서 바통이 넘어간 것일까? 아니면 다시 본이 등장할까? 또 아니면 둘이 모두 등장하는 새 시리즈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헐리웃의 이해관계에 의해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 단지 본 시리즈의 한명의 팬으로서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가 남긴 멋진 여운이 회손되지 않기만을 바래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