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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자동차 일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소식지 타임투라이드 39호 연재글 원본 Time to Ride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에서는 2달이 한 번씩 간행하는 소식지 타임투라이드(Time to Ride)가 있다. 할리데이비슨 이륜 자동차 소유자에게는 2달에 한 번씩 해당 간행물이 배달되어오고 일반인들도 할리데이비슨을 방문하면 누구나 무료로 배부받을 수 있다. 최근 우연찮게 이 소식지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얼마전 이 블로그에 포스팅한 바도 있는 이 잡지에 글을 올리게 될 줄이야........여러모로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결국 글을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재미있을 것도 같았기 때문이다.  재미있어보인다면 일단 달려들고보아야하지 않을까!!
 어쨌든 첫 원고인지라 분량 파악을 잘못해서 원고 분량이 너무 많아져 이래저래 편집되었다! 지면이 한정되어있으니 어쩔 수 없는 법! 정성은 들이되 머리에 나사를 약간 풀어놓고 써나가 보자는 결심이었다. 하지만 글을 써본 이들은 알겠지만 아무리 보잘 것 없어도 정성을 들이다보면 자신이 쓴 글에 정이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래에 편집되지 않은 원본 원고를 올려본다. 


<울산을 향하여 이륜 자동차 타고 한국 대륙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다!>




  최근 우연한 기회로 내가 운영중인 스포스터2030 카페에서 만난 좋은 친구 두명과 함께 서울에서 울산을 가로지르는 이륜자동차 여행을 즐겨보았습니다. 처음에는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과 왕복 900Km 가까운 거리가 상당히 부담스러웠기도 했지만 울산이 고향인 친구 한 명이 곧 사우디아라비아로 긴 시간 출장을 가는데다, 한국 대륙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이런 여행을 경험해 볼 기회가 쉽게 다시 올 것 같지도 않아 용기(?) 아닌 용기를 내 보았습니다. 



 출발 전에는 다양한 걱정거리들이 이었지만 막상 떠나고 보니 이토록 행복한 여행도 없었습니다. 작은 걱정거리들 따위는 금새 잊어버릴 만큼 말입니다. 



 우리 나라 내륙을 가로지르는 국도는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이었습니다. 도로 상태도 좋고 차가 별로 없어 한 시간이 넘도록 속도의 가감없이 쾌적한 주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경치또한 얼마나 훌륭하던지 볼 것 없는 경치를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 정도였습니다. 아름다운 강, 푸르른 산, 깨끗한 도로, 삼박자가 잘 어울어져 결코 가깝지 않은 목적지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이 번 여행에서 할리데이비슨 이륜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의 이륜자동차는 아메리칸 클래식 크루저(American Classic Cruiser)라고도 불립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미국 대륙 사막 옆으로 끝없이 이어진 도로를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륜자동차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때문에 이 처럼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이 뻗어있는 도로 위에서 할리데이비슨 이륜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이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입니다. 물론 스포스터 시리즈가 스포츠성과 시티바이크의 특성이 많이 접목되어 있는 모델군이기는 하지만 역시 그 태생은 아메리칸 클래식 쿠르저라는 것입니다. 장시간 운전에도 쉽게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 뛰어난 승차감, 주위의 경치까지도 즐길수 있는 넉넉한 여유, 장시간 운행을 견뎌내는 뛰어난 내구성, 정말로 아메리칸 클래식 크루저 다운 면모가 이니겠습니까? 또한 이 울산 투어 이후 9,000Km 주행을 넘긴 883R 엔진 필링이 긴 장거리 주행으로 너무도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곳곳의 지방도 또한 훌륭했습니다. 생각보다 지방도로가 잘 닦여있어 이륜자동차 운행에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과 그 뒤로 병풍 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 고요하고 평화로운 모습이 우리에게 운행의 피로나 앞으로 남은 거리에 대한 부담감보다도 마음 속에 편안한 여유를 갖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우리나라의 내륙 지방 곳곳이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지 이번 여행 길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 충분히 휴식을 취했음에도 생각보다 빠르게 울산에 도착했다는 것도 우리나라 내륙 국도가 얼마나 잘 만들어져있는지를 증명해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정취를 여유있게 즐기면서도 아침 일찍 출발해 저녁 식사 전, 아직 햇살이 따사로운 시간 울산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해서 울산이 고향인 친구의 가족분들이 마련해준 저녁식사가 얼마나 꿀맛과도 같던지 평생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또한 울산 주전 몽돌 해수육장의 절경이 한 눈에 보이는 팬션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하늘과 구분지을 수 없을 정도로 파란 동해 앞바다와 까맣고 반짝반짝이는 작고 귀여운 몽돌 해변, 묵묵히 정취있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송(海松), 바다에서 불어오는 너무도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파도소리…….



 이번 이륜 자동차를 이용한 1박 2일간의 짧은 여행은 어쩌면 이륜자동차가 전용도로 운행이 가능했다거나, 차량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했다면 평생 즐기지 못할 행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륜자동차로,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했고, 또 좋은 두 친구가 함께 했기때문에 가능했던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일반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이용한 평범한 여행이었다면 절대 누리지 못했을 행복들을 맘껏 맛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로법은 다른 선진국과는 다르게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이륜자동차 운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확실히 문제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이런 소중한 경험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언젠가 바뀌어야 할 악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먼 미래에 이륜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다시 한 번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해 한국 내륙 구석구석을 여행해 보고 싶습니다. 시간보다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경치 감상과 주행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쪽을 선택할 것입니다.



 여행에 있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그 경로, 그리고 목적지에서 돌아오는 경로 역시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이 소중한 것입니다. 급하디 급하기만한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무엇보다는 절실히 필요한 마음가짐을 이 여행이 교훈으로 남겨준 것이기도 합니다.



 여행을 같이한 친구는 우스게 소리로 우리나라 지방도 국도 이륜자동차 답사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에는 웃어넘겼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왠지 꼭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과거 체 게바라(Che Guevara) 등의 혁명가, 선구자, 모험가,영웅 들이 그러했듯,  이륜자동차는 자유와 도전의 상징입니다. 걱정과 두려움 따위는 멀리 던져버리고 모험과 도전 그리고 자유에 오늘도 몸을 맡겨보는것이 어떨까요? 이 번 가을 이륜자동차 전국일주 계획에 대한 기대로 마음을 가득 채우며 이만 짧은 글을 줄여봅니다.



 P.S 위 사진들은 사진에 관련한 지식도 전무하고 사진 기기라고는 8만원 주고 산 디카와 아이폰이 전부인 내가 찍은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사진기는 인간의 눈이고 가장 뛰어난 인화지는 인간의 뇌와 가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뛰어난 사진기와 우수한 사진 지식이 있다면 아름다운 경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겠지만 결국 실제의 아름다움을 넘어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간직하고자 못난 사진들을 열심히 찍어 보았습니다. 마지막 사진들은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한적한 지방도 한켠에서 여행이 끝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한 노을을 보며 찍은 것입니다.